[취재파일] 정치 생명 건 문재인의 돌직구 "될성부른 자식 밀어달라"

한정원 기자 2015. 1. 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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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 찾아 "될 성 부른 자식 밀어달라"

원래 집안이 어려우면 자식들 가운데 될 성 부른 자식을 선택해서 밀어주고 그렇게 해서 집안의 장래를 맡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우리 민주당 집안의 될 성 부른 자식 아니겠습니까? 우리 광주전남은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종갓집이거든요. 광주 전남 시민들, 종갓집 어른들께서 될 성 부른 자식 많이 좀 밀어주십사, 그렇게 해서 우리 민주당 집안을 되살릴 수 있게 성원해 주시길 당부 말씀 드립니다.(1·1 광주 무등산에서)

새해 첫날 광주 무등산을 찾은 문재인 의원은,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문재인 답지 않은'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례적인 직설화법으로 '문재인 만이' 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인데, 그동안은 그렇게 '대놓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당 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를 '독배를 들었다'고도 표현하는 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명운을 걸어서일까요? 그동안 문재인 의원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너무 착하다','유약하다', '이 험한 정치판에서 다른 사람 찍어내고 살아남을 수 있겠나' 하는 걱정들이었다면, 후보 본인으로서도 달라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그만큼 컸다는 걸 보여줍니다.

당 대표 후보 경쟁자인 박지원 의원 역시 광주 무등산을 찾았습니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무등산을 반드시 새해 첫날 방문하겠다고 경쟁을 벌였는데, 이 발언을 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결국 박지원 의원은 눈이 내리긴 했지만 새벽 일출 시간에, 문 의원은 오후에 시간 겹치지 않게 조정해서 무등산행을 강행했습니다. 당 대표가 되려면, 특히 '영남' 출신 문재인 의원이 '호남' 출신 박지원 의원을 이기려면, '호남'을 잡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 "친노 수장이 나서 계파 없애겠다"

문재인 의원의 달라진 발언 하나 더 볼까요?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던 중 "박지원, 이인영 후보 등 다른 후보들과도 개혁 내용이 많이 겹치는데, 문재인이 꼭 당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감히 이렇게 경쟁을 생각하게 된 것은 역시 변화입니다. 다른 후보들 다 유능하시지만 좋은 분들이지만 어쨌든 지금까지 우리 당을 변화시키지 못했지 않습니까? 저는 이제 혁신 말한다고 저는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계파논란을 완전히 없애겠습니다. 이른바 '친노'가 정치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저 뿐입니다. 친노-비노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사람도 저 밖에 없습니다.

(12·29 당대표 출마선언 질의응답 中)

문재인 캠프는 선거 슬로건을 "누가 바꿀 수 있겠습니까? 누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 로 잡았습니다. 문재인이 바꾸고, (총선, 나아가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걸 강조한 건데, 다른 사람을 날카롭게 비판하지 못하는 '유약한' 문재인이 이례적인 직설화법으로 "지금까지 바꾸지 못한 사람들 물러나라", "친노 수장인 내가 계파 해체하겠다"고 호소하고 나선 겁니다.

● 사즉생(死卽生)…피할 수 없는 독배(毒杯)를 들다

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했습니다. 당의 갈등과 분열도 걱정했습니다. 깊이 숙고했습니다. 피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당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을 결심했습니다. ...

저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겠습니다. 우리 당을 살리는 데 제 정치인생을 걸겠습니다. 당을 살려내는 데 끝내 실패한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 이라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당대표직을 수행하겠습니다.

새로운 당으로 바뀌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합니다. 정권교체의 희망도 멀어질 것입니다. 당의 존립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극도의 비상 상황입니다

.(12·29 당대표 출마선언 中)

당 대표 출마를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현재 당의 상황으로는 대선은 물론 총선 승리도 불가한데, 나가지 않고 싶어도 도피할 명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왜 '독배'를 들어야 했는지에 대해 문재인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당 대표 출마를 왜 독배(毒杯), 독이 든 성배라 표현할까요? 앞의 발언에서도, 이번에 실패하면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박지원 의원이 주장하는 '당권,대권 분리론'에서도 언급하듯, 가만히 피해 있으면 살 수 있는 것을,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뛰어들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독배를 들었냐고요? 야당 대표로서는 안철수, 박영선 전 대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 의원과 연대했던 경쟁자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았다가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후 적잖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일단 지표로만 봐도 여론조사 대선후보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졌죠. 박영선 의원 역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당내 혼란 속에 '당 대표가 탈당을 고민하는'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이런 전례들이 있어서 당을 이끄는 자리에 오르는 걸 독배(毒杯)라 표현하곤 합니다. "독배인 줄 알지만 피할 수 없었다", "독배가 되지 않도록 잘 해서 당을 살리고 살아나겠다" 고 외치면서 선장 자리를 맡았지만 결국 독배가 되고 말았던 거죠.

저를 아끼는 분들은 염려하고 만류들 많이 했습니다. 독배가 될 것이다, 또는 상처밖에 안된다. 당권은 그냥 당 내에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저는 조금 초연해서 큰 정치를 하고 정책에 집중해서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조언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우리 당이 그렇게 안일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하면 저는 다음 총선 어렵다고 보고 그러면 대선도 누가 나선들 어렵지 않겠습니까?

당 대표 출마선언 때 한 발언에는, '혼자 살아 남겠다고 가만 앉아있어도 대권에 다가설 수 있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냉정하게 인식했음이 담겨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제대로 혁신의 중심에 서서 정면돌파하겠다고 나선 거죠. 그래서 발언도 더 강해졌나 봅니다.

문재인 후보는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공천제도를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줄 서지 않아도 공천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계파가 만들어지는 원인을 근원적으로 없애겠다는 거죠. (어쩌면, 이번 당권 경쟁이 치열한 것도 차기 총선 공천권을 대표가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았습니다.) 문 의원은 더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표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투명한 경쟁이 가능한 공천제도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표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 제도와 공천 룰이 적어도 선거 일년 전에는 확정돼서 예측가능하게 하고 결정된 룰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게 된다면 공천 때문에 계파를 만들고, 줄 서고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지지 않겠습니까?(12·29 당대표 출마선언 질의응답 中)

7·30 재보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철수 대표의 '독배'가 전략공천 등 공천잡음에서 비롯된 문제였다면, 투명한 공천만 실천한다면 당 대표 자리가 '독배'가 될 리가 없다는 게 문 의원 측의 설명입니다. 국민들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도 이제는 달라진 정치를 원하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겠죠. 당이 완전히 달라져야 할 때라는 점에 대해서는 문 의원 뿐 아니라 당대표 경선에 나선 모든 후보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당이 살아야 총선도 정권교체도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모두가 똑같이 외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라면, 어떤 후보가 되어도 공천 혁신을 이루고 환골탈태한 새로운 강한 야당이 탄생할 텐데 말이지요. 이번에는 '제발' 목표하는대로, 후보들이 외치는대로, 달라진 강한 제1야당, 힘 있는 수권정당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합니다.

▶ 박지원·문재인, 당 대표 출마…당권 경쟁 '시동' 한정원 기자 on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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