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희대의 어뢰정 증발 사건..해군 사령관 경질

김태훈 기자 2015. 4. 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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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군 사령관, 우리 식으로 치면 해군 참모총장이 은근슬쩍 교체됐습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북한 해군 사령관은 김명식 상장이었는데 어제(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해군 사령관으로 리용주 상장을 호명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주요 군 지휘관의 이취임 소식을 별도로 보도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교체 사실을 알립니다.

그런데 전 해군 사령관 김명식 상장은 창졸간에 사령관 직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신형 어뢰정을 분실해서 김명식 사령관이 경질됐다"고 보도했는데 우리 군 소식통들도 "RFA의 보도가 맞는 것 같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뢰정 한척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사건이 해군 참모총장을 날린 것입니다.

● 북한 해군 어뢰정 분실 사건

RFA는 "지난 해 12월 실전 배치됐던 북한 해군 어뢰정이 사라지는 중대 사건이 발생해 김명식 사령관이 해임됐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지난 2월 20일 보도했습니다. 어뢰정은 어뢰를 장착한 상태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 사건으로 북한 해군 사령부가 발칵 뒤집혔고 분실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뢰정이 사라진 해군 기지가 동해인지 서해인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김명식 사령관은 지난 1월 7일 비반충포 사격대회 때 김정은을 수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북한이 2월 초 스텔스 형상의 고속정을 공개할 때도 김명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신변에 변화가 없었다면 김명식이 반드시 참석했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1월에 경질됐다는 뜻입니다. 어뢰정 분실 시점도 그 즈음인 것 같습니다. 지난 해 12월에 실전 배치된 신형 어뢰정이 한 달 만에 증발한 기막힌 사건입니다.

● 어뢰정 한척 분실로 사령관 교체?

북한의 어뢰정은 대부분 소형입니다. 만재 배수량이라고 해봐야 수십톤에 불과합니다. 어지간하면 1천 톤이 넘는 우리 해군 함정과 달리 북한 해군 함정은 작고 빠르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고속정과 함께 어뢰정은 북한 해군의 주력입니다. 주력 중에서도 신형을 잃었으니 김정은이 단단히 화가 난 듯합니다.

북한의 어뢰정은 구 소련의 P-6와 P-4를 기반으로 합니다. P-6를 개량해 신남급 어뢰정을 만들었고 P-4를 개량해 신홍급을 만들었습니다. 둘 다 속도는 40노트 정도로 시속 70km가 넘는 빠른 배입니다. 신남급과 신홍급 모두 배 양쪽에 어뢰 발사관 1문씩을 장착했습니다.

북한은 소련의 대형 어뢰정인 만수 배수량 170톤 세르센급 어뢰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세르센급은 어뢰 발사관도 4문이고 여러 발의 폭뢰, 기뢰, 미사일도 장착한 어뢰정입니다. 소형 어뢰정인 신남급과 신홍급이 모두 합쳐 100척 가량 되는데 세르센 어뢰정은 서너척에 불과합니다.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아마 신남급이나 신홍급 보다는 대형인데다 공격능력도 뛰어난 세르센급 신형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나저나 어뢰까지 매달고 어디로 갔을까요? 북한 영해에 있다면 가라앉지 않고는 찾지 못할 리 없을테고 영해 밖으로 나갔다면 우리나라 아니면 중국일텐데.... 희한한 사건입니다.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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