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야당은 왜 '박 대통령 하야나 탄핵 발의'를 주저하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2016. 10. 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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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거나 탄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명망있는 유력인사들까지 하야나 탄핵요구에 동참하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렇지만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신중하다. 개별 의원들이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당 차원에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야당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발의에 주저하나?"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야당의원들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나?

= 무소속 김종훈 의원과 윤종오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종훈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두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며 "어떤 변명으로도, 어떤 미봉책으로도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하야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 셋째, 국민 여러분이 직접 행동에 나서주실 것을 호소한다. 넷째, 모든 진보개혁세력, 정치세력은 단결해서 싸울 것을 호소한다"며 네 가지를 호소했다.

(사진=이정미 의원 트위터 캡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지난 25일 트위터에 "백남기 농민을 지키고 서울대병원에서 국회 가는길. 청와대 앞을 지나가다 그냥갈수 없었습니다"라며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청와대 앞에서 찍은 것으로 이 의원은 '순수한 마음으로 하야를 요구합니다'라고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있었다.
(사진=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성남시장은 26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고 야권은 탄핵준비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헌정파괴 국정문란, 통치 시스템 파괴, 국가위기 초래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더불어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대통령 탄핵을 논의할 때이다. 탄핵 의결은 국회의원 2/3 이상이 필요하지만 탄핵소추안은 재적 과반수로 발의가 가능하다. 일단 제출해 놓고 국민의 뜻을 면밀히 살피어 탄핵여부를 결정하자. 일단 논의는 시작하자!"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은수미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우병우 사퇴나 최순실 특검만으로 이 시기를 덮지 않아야 한다"며 "하야와 거국내각이든 그도 안 되면 탄핵이든 마무리할 것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정문 앞에서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시국선언 기자회견’ 을 갖고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대학생 4명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생들의 시국선언과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 야당이 당 차원에서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지 않나?

= 그렇다. 야당이 당론으로 하야나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최순실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개별의원들이 '하야'나 '탄핵'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당론으로는 '하야'나 '탄핵' 등의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정 대변인은 의총브리핑에서 "우병우 수석을 비롯한 문고리 3인회를 포함한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요구한다"며 "앞으로 특검, 국정조사 등 전방위적 수단을 고려하면서 상황에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특검이 당론으로 추인된 것이냐?"는 질문에 "추인된 것이라 봐도 된다"면서도 "선택의 여지는 두고 있다. 사실상 검찰에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민의당도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지 않고 있고 정의당도 하야나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야당이 나서서 하야를 촉구하거나 탄핵을 발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사람들을 엄중 문책하고,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청하고, 탈당해서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야당이 왜 하야나 탄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거냐?

= 첫 번째는 야당이 탄핵을 꺼내들 경우 역풍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당이 탄핵 얘기를 꺼내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을 부활시켜주게 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 국면에서 야당이 그런 우를 범한다면 집권할 자격도 없다"고 단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탄핵을 야당에서 꺼내는 순간 콘크리트 지지층이 결집하게 될 것이고 극심한 국론분열로 '국기문란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좌초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범계 의원도 "하야나 탄핵을 야당이 주도하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탄핵이 발의될 경우 시간만 길어지고 현실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가결되려면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발의는 가능하지만 의결까지 가려면 새누리당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야당과 무소속 의원을 다 합쳐도 3분의2에 못 미치는 171석(더민주 121석+국민의당 38석+정의당 6석+무소속 6석)에 불과하다. 탄핵 의결을 하려면 새누리당 의원 129명 중 29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탄핵이 이뤄진다. 그러나 지금의 헌재는 박한철 소장을 비롯해 9명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보수성향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탄핵은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찬성, 헌재 통과 요건 충족이 어려우니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 번째는 탄핵이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될 경우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고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된다. 그럴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는데 공안검사 출신이면서 병역기피 의혹을 받아온 황 총리가 외교나 안보, 경제 문제를 풀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것이다. 황 총리는 나라가 이 모양이 된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데 대행을 맡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데다 탄핵이 성사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하야나 탄핵 목소리가 높긴하지만 야당이 탄핵을 주도할 경우 국민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우선적으로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을 당장 해임해서 수사를 받도록 해야하고, 내각도 교체해서 분위기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반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SNS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탄핵은 실익이 없다'거나 '탄핵은 심판 대상인 새누리당을 심판의 주체로 격상시키게 된다'는 목소리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 하야도 안 되고 탄핵도 안 된다면 어떻게 지금의 난국을 수습해야 하나?

= 우선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사실대로 밝히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등 최순실씨와 내통을 하거나 정보를 흘린 비서진의 교체가 시급하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우 이런 잘못을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병우 사단을 만들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거들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검찰의 수사대상이면서 오히려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이상한 상황인 것이다.

유창선 박사는 "우선은 국정농단에 대한 특검과,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쇄신, 대통령 정치 불개입 선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일단 성역없는 엄정하고도 신속한 수사가 급선무"라면서 "대통령의 거취문제는 국민여론이 결정하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야가 동의하는 중립적이고 명망있는 국무총리는 임명해야 한다. 국무총리는 어차피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대통령 일방적으로 총리를 지명할 수는 없다. 거국 중립내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보이고 야당이 동의하는 총리를 지명하고 문제가 있고 책임을 져야하는 각료들을 교체해야 할 것이다.

▶ 특검은 이뤄지는 거냐?

=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새누리당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결정하면서 양당 간 특검 협상이 본격화 될 것이다. 그렇지만 특검이 실현되기 까지는 상당한 고비가 있을 것이다.

관건은 특검을 상설특검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별도의 특검으로 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별도의 특검법을 내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이 '성역없는 수사'를 내세워 특검을 받아들이기로 한 만큼 별도의 특검을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친박강성파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어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특검이 오히려 대통령의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보다는 우선 박 대통령의 자백을 끌어내야 한다. 사실을 밝히고, 최소한 우병우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인 청와대 비서진들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현직 법조인은 "상설특검으로는 진상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특검을 지명하게 되면 우병우 수석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것처럼 대통령에 대해 수사할 특검을 대통령이 골라서 지명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말기에 실시된 '내곡동 사저 특검'처럼 야당이 특검을 단수로 지명하도록 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포함해 성역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특검을 받기로 한 건 꼼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같으면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강하게 반발했을 친박강성들이 별 반발없이 수용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새누리당은 국정감사에서 최순실 관련 의혹 규명을 막았다. 그건 최순실의 존재와 역할을 알았다는 반증아니겠나? 그러니 특검 추천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최순실을 비호한 사실상의 공범이면서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특검이라는 이름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거나 최순실과 박 대통령을 비호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26일자 조선일보의 사설(제목이 <부끄럽다>이다> 한 대목을 인용하겠다. "박 대통령은 이 시간 이후로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그 분명한 행동으로 여당을 탈당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관심을 버리고 중립적 관리 역할로 남을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금 모습으로 대선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허망한 일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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