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측근, 취임식때 숭례문을 '오방색 천'으로 덮자며 압력"
|
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씨(홍익대 교수)는 26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 씨 PC에서 발견된 ‘오방낭’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했던 김영석 씨(53)가 기획했던 것”이라며 “김 씨는 당초 화재로 불탔다가 복원된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혔다.
|
‘오방낭 나무’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 행사 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깔의 조각보로 만든 주머니인 ‘오방낭’이 주렁주렁 매달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앞에서 기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오방낭은 청, 황, 적, 백, 흑의 오색 비단을 사용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만든 전통 주머니다.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져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최 씨의 PC에서 ‘오방낭’ 초안 사진이 담긴 파일이 발견되면서 대통령 취임 행사에 최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
취임식 당시 ‘오방낭’ 조형물 박근혜 대통령 취임 행사 때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설치됐던 대형 ‘오방낭’ 조형물. 동아일보DB |
김 씨는 정식 취임식 준비위원 8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김 씨는 비선 실세 최 씨의 측근으로 취임식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 곳곳에서 행적이 드러났다. 김 씨는 최 씨로부터 주문을 받아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을 340만 원짜리 한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 CF 감독인 차은택 씨와 함께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미르재단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또한 2014년 8월 최 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팬클럽이 주최한 독도콘서트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계에서는 비선 실세들이 ‘오방낭’에 집착한 것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인사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중요 행사 때마다 입을 옷 색깔도 직접 골라줬다고 한다”며 “최 씨와 김 씨가 오방낭 행사를 직접 챙긴 것은 취임식을 ‘거대한 굿판’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친인 최태민 목사의 영향을 받은 최 씨가 우리 전통의 색깔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본보는 김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승훈 raphy@donga.com·김정은 기자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어제 못본 TV 명장면이 궁금하다면 'VODA' |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순실 국정농단 뒤에 '팔선녀' 비선모임?
- 정현식 K스포츠 前사무총장 "최순실-안종범 지시로 SK에 80억 요구"
- 최순실 20년 단골 강남 목욕탕 세신사가 본 최씨 母女
- [단독]성악 전공 정유라, 고입 앞두고 체육특기자로
- 최순실, 국내외에 200억대 부동산.. 자금 출처는 베일속
- [김순덕의 도발]이재명의 ‘신뢰 리스크’는 어찌 넘을 건가
- 안동·의성서도 다시 불…인명피해 70명으로 늘어
- 野 “내일까지 마은혁 임명 거부땐 한덕수 다시 탄핵”
- 정형식·조한창·김복형, 방통위원장·감사원장·총리 탄핵 사건서 같은 입장
- “미얀마 강진 사망자 1만 명 넘을 확률 70%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