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당혹감, 美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합의 못해

김태규 2016. 10. 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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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민구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2016.10.20. (사진=국방부 제공) photo@newsis.com

美와 협의 안된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가 거절당했을 수도
국방부도 당혹감 감추지 못해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방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시작 전부터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가능성 있다'며 언급했으나, 결국 미국 측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두고 한국 측이 합의가 채 되지 않은 사안을 언론에 미리 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국방부가 한국의 요구사항에 불과한 것을 미국과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기정사실화 해 먼저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SCM 회의를 마친 시점에 일부 언론에는 한미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배치를 합의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우리 국방부가 회의가 끝나는 시점에 보도할 것을 전제로 미리 이런 내용을 언론에 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한미가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이같은 내용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보도문에는 "미국은 미국이 보유한 핵우산·재래식 타격능력·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카터 장관의 언급이 전부였다. 이 마저도 기존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선언적 수준으로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실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인근 상시순환배치는 SCM의 공식의제가 아니었다. 국방부가 지난 14일 열었던 사전 설명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재확인과 그 실행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협의했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종합하면 우리 국방부가 SCM의 의제로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내용을 현지에서 협의가 가능한지 미 국방부와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확장억제의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내지는 순환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꺼내들었지만 미국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의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내일 개최되는 한미 국방장관 회의에서 협의가 예상된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확인되지 않은 이같은 발언을 국방부 당국자가 확대 해석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순환배치'가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전날 2+2 회의에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신설을 레토릭으로 약속하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한미 관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 시키려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의체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라는 한국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미국이 날려버린 셈"이라며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삐그덕 거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국방부 당국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현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회의에서 그 부분이 논의가 됐는지, 또 어떤 수준으로 얘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전략자산 배치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군사적 옵션까지 구체적으로 공식화 해버리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혼선이 빚어지게 됐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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