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스포츠 박과장의 '수상한 독일 출장'

2016. 10. 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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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5월 케이스포츠 이사회 회의록
“전지훈련장 협의” 출장 결과 논의
최씨 모녀 위해 재단 이용 보여줘
박과장 “일반적인 훈련장 물색했을 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 입학과 학업·출석 처리 등이 특혜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신촌 이화여대 캠퍼스복합단지 건물 유리벽에 정씨의 승마를 의미하는 말 마(馬)자를 항의의 뜻으로 붙여놓았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통하는 최순실씨가 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및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재단이 최씨 딸의 훈련 숙소 마련 등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청와대의 압력으로 대기업들이 돈을 내 만든 재단이 최씨 모녀를 위해 이용됐다는 의미여서 이제껏 제기된 의혹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케이스포츠는 지난 1월과 4월 최소 두 차례 이상 재단 직원을 최씨 딸인 정유라(20)씨가 훈련 중인 독일에 파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한겨레>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 재단 인재양성본부 박아무개 과장은 4월3일부터 4월14일 사이 독일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조사 내용은 5월13일 열린 케이스포츠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박 과장이 ‘(독일) 해외시찰 결과’를 보고하기에 앞서 정현식 재단 이사(사무총장)는 독일 출장 목적에 대해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라고 운을 뗀다. 이어 “가이드러너 사업 및 해외 전지훈련장에 대한 협의를 위하여 동 제도가 잘 정착되어 시행중인 독일에 인재양성본부 박아무개 과장이 다녀왔다”고 설명한다. 이사회에는 이 자리에서 새로 선임된 정동춘 이사장을 비롯해 6명의 이사와 감사가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로 직인까지 찍혀 있는 이철원 이사(연세대 교수)는 “독일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이사회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사회에 보고된 4월 출장 이전부터 이미 최순실씨와 함께 정유라씨의 독일 정착을 돕는 일에 관여해왔다. 최씨의 부동산 거래 상황을 잘 아는 한 프랑크푸르트 현지인은 “최씨가 지난 1월 정씨가 머물 호텔을 돌아볼 때 박 과장이 동행했다”며 “(박 과장은) 케이스포츠 재단 사람이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박 과장은 재단 설립 초기부터 케이스포츠 재단 직원이라는 직함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최씨와 그의 딸을 위한 독일 거처 등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박 과장의 출장 시점(4월3~14일) 역시 출장 목적에 대한 의혹을 키운다. 지난 1월 박 과장이 관여한 호텔 물색은 실제 임대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정씨가 실제 호텔을 마련해 거처를 옮긴 것은 5월께다. 정씨가 훈련받은 독일 헤센주 예거호프 승마장의 한 직원은 “5월께 정 선수가 큰 호텔을 샀다면서 프랑크푸르트 쪽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사 보름여 전 이뤄진 박 과장의 출장이, 호텔 구입 또는 임대 계약 등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병욱 의원은 “최순실씨 딸을 위해 재단이 동원된 흔적들이 나온 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태릉선수촌 정도와 비교할 수 있는, 어떤 종목의 선수를 보내더라도 훈련이 가능한 일반적인 훈련장을 물색했을 뿐”이라며 “승마는 (케이스포츠의) 인재 육성 계획에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별히 정유라씨가 머물고 있는 독일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독일이 사회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잘 혼합돼 있는 모범사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준호 류이근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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