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일본을 다시 보며'..그 외골수의 섬뜩함

손석희 입력 2016. 10. 5. 21:43 수정 2016. 10. 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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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 제목은 '일본을 다시 보며' 로 정했습니다.

"사과편지 보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과편지를 보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총리 아베가 내뱉었다는 이 말…

이 말을 전해 들으면서 저는 엉뚱하게도 쓰레기는 커녕 낙엽 한 장 눈에 띄지 않았던 일본의 길거리를 떠올렸습니다.

때때로 부러웠던 감정을 가졌지만 이제 비로소 느껴지는 일종의 결벽증…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죄의식이나 책임감조차도 그것이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순간 철저하게 거부해야 한다는 아베의 생각 역시 어찌 보면 왜곡된 결벽증이 아닌가…

그래서 털끝만큼도 없다는 저…결벽을 넘어 오만으로까지 비쳐지는 일갈은 섬뜩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리고 요 며칠…우리는 또 다른 일본을 보고 있습니다.

하기사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닙니다만…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들과 경쟁하기는 싫었다…"

그래서 자신은 인기 없는 분야에 외골수로 파고 들 수 있었다는 고백이죠.

외골수…그들이 얘기하는 '헤소마가리' 정신…하긴 일본은 어쩌면 외골수들이 이끌어 가는 나라지요. 가업도 대를 잇고, 연구도 대를 이어 파고들어서 대가를 이루는 사회.

그런데 사실 이런 외골수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의 그 고백 속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닌가…

즉, 경쟁하기 싫으면 경쟁하지 않고 인기가 없는 분야라도 파고 들 수 있게 해준 다시 말해 외골수가 통하는 그 사회의 풍토 말이지요.

생각해보면…사과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다는 아베의 역사인식, 정치인식도 변형된 외골수가 아닐까…

때로는 노벨상으로, 때로는 피해국이나 피해자에 대한 오만함으로 나타나는 이런 외골수에 그래서 한 번 더 섬뜩해집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전해진 소식… 소위 명문이라는 외고에서 전교 1, 2등을 다투던 여학생이 경쟁이 싫어 학교를 그만둔 뒤 9급 공무원에 합격했다지요.

학생의 결정과 장도에 무한한 격려를 보냅니다만…

요시노리 교수나 우리의 여학생이나 모두 경쟁을 싫어한 것은 맞는데…오늘 일본을 다시 보자니 우리의 여고생이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저녁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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