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와대, 이철성 임명 강행..새누리당도 '곤혹'

정강현 2016. 8.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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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 전 4시에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이 청장은 음주사고 전력에 신분을 속인 사실까지 드러나 '부적격' 논란이 뜨거웠었죠?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국은 또다시 얼어붙게 됐습니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4일) 여당 발제에서는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제20대 경찰청장이 탄생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역대 세 번째 순경 출신 경찰청장, 그리고 사상 최초, 음주사고 전력이 있는 경찰청장.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청장님.

이제 곧 취임하실텐데, 그 전에 꼭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34년 전의 청장님처럼 큰 꿈을 품고 경찰이 된 한 순경의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동두천경찰서 최혜성 순경. 올해 나이 서른두 살. 수년간 경찰 공채 시험에 매달린 끝에 2014년 12월부터 경찰관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여자 순경이다. 그런데, 지난 6월 21일 느닷없는 불행이 닥쳤다. 차를 몰다 가로등을 들이박는 사고가 났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29%. 훈방 조치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찰서 감찰팀은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최 순경은 조사를 받고 돌아온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네,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어렵게 경찰이 된 젊은 순경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요? 고강도 감찰을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유족의 주장입니다.

[최보금/고 최혜성 순경 유가족 (지난달 27일) : 감찰의 강압 수사를 그렇게도 덮고 싶으셨습니까? (저들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하늘에 말없이 있는 제 동생에게 또다시 험담을 하고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사고 당시 최 순경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29%입니다. 훈방 조치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철성 경찰청장이 23년 전 음주사고를 냈을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9%입니다. 현재 기준으로도 면허취소 바로 아래에 해당되는 수치로, 보통 만취 상태일 때 저 정도 수치가 나온다고 합니다.

자, 그런데 보십시오. 음주로 훈방 조치를 받은 새내기 순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심리적 고통을 겪었는데, 23년 전 음주사고를 내고 경찰관 신분까지 속였던 어떤 분은 이번에 새로운 경찰청장이 됐습니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습니다.

[경찰 고위관계자 (음성변조) : 음주운전 가지고 많은 경찰관들이 과도한 징계다, 이러면서 최근에는 동두천 여자 경찰관이 자살도 했거든요? 음주운전에 대해서 경찰관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정서가 있는데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낸 사람을 경찰청장이라고 했을 때 경찰관들이 그 정통성, 권위의 정당성을 인정하겠느냐…]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도교육청이 최근 음주운전 단속 때 신분을 숨긴 교육공무원 940명에 대한 대규모 징계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경찰청장도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했는데 왜 제가 신분을 밝혀야 합니까?" 이 청장이 이 장면을 본다면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야당은 '부적격' 인사를 경찰청장 자리에까지 올린 책임을 인사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더불어민주당 : 음주운전 사고 전력만으로도 20년 전에 경찰복을 벗어 마땅한 인사였습니다. 우병우도, 우병우의 부실 작품도 이제 국민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새누리당도 곤혹스러운 입장입니다. 당내에선 박 대통령의 '무리수'라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주호영 의원/새누리당 : 소위 우병우 수석 문제, 저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참 걱정이 많습니다. 당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해서 정리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앞섭니다.]

당내에선 청와대가 이철성 청장의 임명을 더 미룰 경우, 검증 책임자인 우병우 수석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계에서조차 "본연의 직무인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물러나야 할 사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 한 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는 시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3년 전 음주사고 당시 부끄러워서 신분을 속였다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청장에 취임했지만, 수많은 경찰관들은 시인이 들려주는 이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청와대, 이철성 임명 강행…새누리도 '곤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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