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년실업자 44만 시대..눈 감은 정부와 여당

정강현 2016. 8. 1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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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상반기 20대 청년실업자 수가 약 44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지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헬조선' 등으로 묘사되는 암담한 현실을 외면한 채 국민만 나무란다는 비판이 야당쪽에서 많이 나왔죠.

오늘(17일) 여당 발제에서는 청년 문제에 눈을 감은 정부와 여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겠습니다.

[기자]

영화 '국제시장'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장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장면에 대해 이런 감상평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 (2014년 12월 29일) :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고 그렇게 우리가 해야 이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네,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좋습니다. 애국심이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이런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 나라가 과연 사랑할 만한 곳인가.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과 직장인 3173명에게 물었습니다. '헬조선',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게 지옥처럼 고통스럽다는 말에 동의하느냐.

보시는 것처럼 응답자의 약 90%가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절대 다수의 청년들이 '헬조선'을 체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런 응답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광복절 축사에서 한 마디 훈계를 했습니다.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 (지난 15일) :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지만 대통령이 지적한 신조어는 아마도 '헬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의 속뜻은 이런 거겠죠?

우리나라처럼 살기 좋은 곳에서 어떻게 청년들이 '헬조선'이란 험한 말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

자, 그럼 박 대통령이 말한대로, 청년들 입장에서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나라가 맞는지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20대 청년실업자 현황입니다. 2013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올 상반기엔 44만8000명에 달했습니다. 사상 최고치입니다.

20대 실업률도 10.7%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청년 실업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데, '헬조선'이란 말이 과연 지나친 걸까요.

그런데, 박 대통은 이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지 이런 충고도 했습니다.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 (지난 15일) : 모두가 '남 탓'을 하며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공멸의 나락으로 함께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네, 제가 대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많은 청년들이 이 발언을 듣고 절망했다고 했습니다.

청년실업을 해결할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마치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는 겁니다.

청년 문제에 눈을 감은 건 여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이 펴낸 '총선백서'엔 '영혼 없는 청년 정책'을 반성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진정성 없는 접근에 청년들이 새누리당을 외면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새 지도부가 꾸려진 뒤에도 이렇다 할 청년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현 대표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가 이 대표의 당선 수락문, 경설 때 했던 연설문을 분석해봤더니, 약 6000자 가운데 청년이란 말은 딱 한 번 등장했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 (지난 9일) :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방황하는 청년들의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나 취임 1주일이 넘도록 청년 정책과 관련한 어떤 공식적인 발언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처음 선출된 유창수 청년최고위원도 당에서 '청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박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만 급급해 '무늬만 청년'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유창수 새누리당 청년최고위원/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어제) : (절망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 라는 게 이제 정부의 책임과 입장이 되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현 정부에서는 사실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청년 문제에 대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네티즌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생각해봤다고 답했습니다. 좋든 싫든 이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 현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책을 한 권 들고왔습니다. 정치가 책을 만났을 때~

네, 제가 얼마 전에 후배들과 함께 쓴 책입니다. 부끄럽지만 들고와봤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춘은 희망은 멀고 절망은 가까운, 나라 없는 사람들 같다.'

대통령의 인식이 "남 탓 하지 말라"에 머물러 있고, 여당이 청년 정책에 계속 눈을 감는다면, 저는 이 문장을 철회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청년실업 44만 시대…눈 감은 정부·여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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