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마지막 고언 "하던데로 하면 집권 못한다"

오수현 2016. 8.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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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자격 마지막 의총 참석 고언 쏟아내

“관습적으로 당을 운영하면 편하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집권할 순 없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1일 의원총회에서 더민주 의원들을 향해 마지막 쓴소리를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이 자신이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의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더민주가 골수지지층만을 염두에 두고 국가안보 현안에 대해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경우 집권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집권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면서 “집권 의지가 없고 수권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정당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서 더민주가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 ‘어떻게 더민주가 이렇게 갈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적 만족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더민주의 태도가 애매모호할지 몰라도, 우리이겐 집권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당을 이렇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사드 문제에 대해 더민주가 취한 ‘전략적 모호성’을 두고 당 안팎의 공세에 시달렸던 김 대표의 고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는 사드 이슈가 쟁점화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미군이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버려 찬성이냐 반대냐 따져야 할 차원을 넘어섰다”면서 “안보를 책임지는 사람들의 의견은 일단 존중하는 게 좋다고 본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경제문제에선 진보적으로 나가더라도, 안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초선의원들이 김 대표의 이런 입장에 불만을 드러내고 중국 측과 사드 문제를 협의하겠다며 떠날 때에도 “도로 민주당이 될 수 있다. 중국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여러 의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연 대표라는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관행에 젖어 당을 운영하면 편하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라가 변하고 세계가 변화하고 있지 않느냐”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당을 운영해선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김 대표의 이 발언은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야당 골수 지지층을 겨낭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데 대한 경고성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내에선 “김종인 대표 임기만 지나면 사드 반대 당론을 정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선출로 당청 밀월관계가 형성된 것에 대해선 특유의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여당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완전히 대통령 친정체제를 확립했다고 즐거워 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우상호 원내대표가 남은 임기동안 당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찰떡궁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우 원내대표에 대한 애정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우 원내대표는 “전당대회가 27일인데 벌써부터 물러나시는 이야기를 하신다. 그동안 당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이달 26일까지다. 그는 대표 직에서 물러난 이후 독일 등을 방문해 브렉시트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격변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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