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도 진저리 쳤다, SNS '외로운 늑대들'의 입

강태화.이지상 2016. 8. 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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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사기죄 적용, 무지의 소산"진 교수, 두둔했다 집단 공격 당해이재명 "특정인 손 안잡겠다" 발언"꼴깝, 빨갱이XX" 폭언에 시달려더민주 사드 반대당론 안 정하자SNS 들끓어 당 정책 기조 흔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42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그런 진 교수가 트위터를 끊었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의 그림에 사기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 ‘현대미술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주장했다가 집단적 막말에 직면한 뒤였다. 진 교수 또한 ‘모두까기 인형’이 별명일 정도로 만만찮은 독설가다. 하지만 진 교수조차 지난달 14일 트위터 계정을 폐쇄한 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의 절필을 선언했다.

◆SNS 파시즘에 떠나는 진중권=진 교수는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SNS에서 단체행동을 하면서 방어능력이 없는 개인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며 “나는 그런 방식을 파시즘이라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Q : 왜 절필을 선언했나.
A : “예를 들면 진화론 세미나를 하는 곳에 창조론자가 난입해 ‘공룡은 허구다. 하나님이 창조하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존재하느냐’고 외치는 것과 똑같다. 진화론과 창조론이 말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다. 일주일을 꼬박 밤새워 싸웠는데, 이 짓을 왜 하나 싶었다. 옛날에는 재미있었는데 짜증이 났다. 계정을 폐쇄하자마자 24시간을 꼬박 잤다.”

Q : 뭐가 가장 문제인가.
A : “(논쟁을 하며)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말)’ 같은 욕설과 비난을 들었다. 요새 SNS는 아예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취지로 말도 못하게 한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꼬투리를 잡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왜곡시킨다.”

Q : 그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A : “SNS에선 섬세한 논의는 쉽게 생략된다. 사람들의 동의가 판단 기준이다. 거기서 일종의 ‘해석의 폭력’이 발생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리얼리즘으로 이해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SNS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게 파시즘이다. 공격하며 집단행동으로 옮긴다.”▷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SNS 원색 비난에 치인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도 SNS에선 유명인이다. 트위터 팔로어가 25만5000명에 달하고 거침없이 톡 쏜다고 해서 ‘사이다시장’ ‘싸움닭’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그런 이 시장도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며칠 사이 야권 지지자라면서 ‘일베’(일간베스트) 이상의 허위 사실 유포와 모욕, 폭언을 하는 트윗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 그의 트위터는 “꼴깝 뱃돼지, 빨갱이XX 리개명” 등의 원색적 비난으로 도배됐다. “당 대표에 출마하면 특정 정치인과 손을 잡지 않겠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문재인 전 대표와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융단폭격을 당했다.

이 시장은 통화에서 “(비난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하면 당신이 지지하는 사람이 확장성에서 오히려 손해 본다는 글을 올리니까 ‘건방지게 문재인을 입에 올려?’ ‘확장은 보수의 프레임이니 쓰지 말라’고 또 비난하더라”며 “(SNS상의)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현실에서까지 극단화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더민주의 사드 무당론=SNS가 오염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SNS의 왜곡된 여론이 역류해 정당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SNS 왜그더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 현상이다. 더민주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 반대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략적 모호성’이 당론이라면 당론이다. 장외투쟁 같은 강경한 반대를 예상했던 새누리당에선 “야당이 달라졌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SNS는 들끓었다. “‘김추호’의 애첩 우상호가 더 문제”라거나 “세작 노추(老醜)에 휘둘리는 우상호 지도부”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추호 노인’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당 대표를 더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 걸 꼬집어서 만든 별명이다.

그러자 ‘전략적 모호성’이란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민평련’과 ‘더좋은미래’ 등 당내 모임이 개별적으로 “반대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당 대표 후보인 추미애·송영길 의원,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사드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우 원내대표는 “정무적 판단을 한 이유가 있는데 당권 주자들까지 모두 저러니 답답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지난해 4월 이후 트위터를 쓰지 않는다. 그의 트위터엔 “소신파 혁신운동? 개가 웃는다. XX야! 깝죽거리지 말고 닥치고 계셔” 등의 글이 남아 있다. 지난 5월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 SNS에선 비난이 들끓었다. 김 의원의 트위터엔 “헛소리 말고 이재오랑 새민련(더민주)에 가라. 좌빨 XX야” 등의 글이 쇄도했다. 그러자 친박의 반발이 시작됐고 결국 김 의원은 낙마했다. 하태경 의원은 “일간베스트 회원 등 극단적 지지자들 목소리가 워낙 커 건강한 소통을 막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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