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 둘러싼 '이례적 발사' vs '이례적 확인'
지난 22일 북한이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사실을 미국 국방부가 공식 확인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무수단) 미사일이 우주공간에 솟아올랐다가 되돌아와 400km를 비행한 것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무수단 미사일이 북한의 주장대로 대기권 높이인 1,000km를 훌쩍 넘은 1,400km 이상까지 솟구쳤다가 다시 대기권 아래로 진입했음을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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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장 어려운 "재진입 기술 증명"
북한이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안으로 재진입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 1998년부터 장거리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12월과 올해 2월에는 대기권 밖 정지궤도에까지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로켓을 다시 대기권 안으로 진입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 양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이 아직 재진입 기술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해왔다. 이는 지난 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ICBM 개발 능력을 미흡하다고 판단한 이유이기도 했다. 한민구 국방장관도 지난 3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아직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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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는 속도와 재진입체 밀도의 3제곱에 해당하는 열이 발생한다. ICBM의 경우 6,000~7,000도 안팎의 고열이다. 이 때 대기 저항으로 생기는 고열과 충격, 진동 등을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탄두부분이 일정하게 깎여나가는 '삭마 기술'도 갖춰야 탄두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고 목표물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다. 떄문에 재진입 기술은 탄도미사일 개발의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군의 판단과는 달리 북한은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5월 7차 당 대회를 전후해 장거리미사일 개발 과정을 연쇄 공개할 당시에는 대기권 재진입 내열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 실험으로 "첨두(탄두부)의 열역학적 구조 안전성이 확증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돌입(재진입) 믿음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정상 발사했을 경우의 고도인 600~700km를 넘어 1,400km 이상 고도로 발사한 것 역시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확인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패는 아니지만 '성공'도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을 '성공'으로 봐야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모두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만일 그것(미사일이 우주공간에서 대기권 내로 재진입해 정상비행한 것)을 의도한 것이었다면 그것은 성공"이라면서도 "북한은 그 전 5차례의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재진입기술을 완전히 갖췄다고 볼 만큼 아직 실험 성공률이 높지는 않다는 뜻이다.
우리 국방부도 북한의 이번 실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진입실험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상 발사 고도가 600~700km로 대기권(약 1,000km 높이) 재진입 기술까지는 갖출 필요가 없는 무수단 미사일로 실험이 이뤄졌기 때문에 실제 ICBM에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지는 통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28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무수단 미사일의 재진입 속도는 마하 24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ICBM 재진입 시험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시험발사 당시 무수단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속도는 마하 15~16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ICBM급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보되지 위해서는 탄두 내부 기폭장치 등이 손상없이 대기권에 진입한 뒤 정해진 위치에서 제대로 폭발했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400km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탄"됐다고만 주장했으며, 탄두를 회수했는지 여부도 명확치 않다. 아직은 재진입 기술을 완전히 확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ICBM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 완성에 있어 핵탄두 폭발실험 역시 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조만간 핵탄두 폭발 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은 지난해 3월, 대기권 재진입 내열실험에 참석했을 당시 "조만간 핵탄두 폭발실험과 각종 탄도미사일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무수단 미사일로 확인한 재진입 기술을 보다 발전시켜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적용하기 위한 추가 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北 '이례적 고각발사'·美 '이례적 인정' 의도는?
무수단 미사일의 정상 발사 사거리는 3,000~4,000km에 이른다. 제대로 발사된다면 괌의 미군기지까지 닿을 수 있다. 북한도 시험발사 뒤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국을 전면적이고 현실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확실한 능력을 갖게 됐다"며 '무수단'의 주 타격목표가 괌 미군 기지임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24일 발표한 '북핵·미사일 리포트'에서 "(지난 5월의) 당 대회와 (오는 29일 열릴)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핵·미사일 개발을 잘 마무리하고 강력한 핵 무력을 손에 쥔 채 대내외적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미국이 신속하게 확인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무수단' 미사일 재진입을 확인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군사 공조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오래 전부터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이지스함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구축과 일본에 배치한 AN/TPY-2 레이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괌 배치를 예시로 들었다. 모두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속한 시스템으로 동북아 지역의 MD 구축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셈이다. 데이비스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25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역외세력(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미국의 동북아 지역 미사일방어(MD)체계 구축 활동을 맹비난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뒤 나온 언급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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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기자 (mani@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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