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억울해도 '제보자 색출'은 안돼요

2016. 6.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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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리베이트 의혹 조사, 내부자 제보로 시작… 박주선 “색출해 문책해야” 발언 논란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 진실은 모르겠습니다.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죠. 국민의당이 억울하다며 스스로 변호하는 건 일종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분한 마음이 지나쳐서인지 ‘내부고발자를 색출하겠다’는 얘기를 거리낌없이 하고 있습니다. 자기들끼리 복수를 다짐할 순 있겠죠. 그러나 이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공당답지 않습니다. 아니, 불법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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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덕분에 조사는 시작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인지수사(고소·고발 없이 스스로 단서를 찾아서 하는 수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현장 감시를 하다 불법 행위를 목격하고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고나 제보를 받고서야 조사를 시작합니다.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은 겉모습만 보면 민간기업간 돈거래입니다. 이 돈거래를 ‘범죄가 아닐까’ 의심해본다면 ‘리베이트 수수 의혹’ 정도가 될 겁니다. 민간기업간 ‘리베이트 수수 의혹’은 선관위 관할 사건이 아닙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습니다.

외형상 관할권도 없는 사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하기 위해선 ‘외형은 그렇지만 실체는 불법정치자금 수수’라는 믿을 만한 누군가의 신고(제보)가 필수적입니다.

정치자금법 제53조는 ‘정치자금범죄 신고자가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특정범죄신고자등 보호법에 따라 신고자를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민의당 사건에서도 이 조항에 따른 보호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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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사건 제보자, 무고죄 확률 거의 없어

박주선 의원.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5일 〈YTN〉 ‘신율의 정정당당’에 나와 “당이라는 게 모두가 화합하고 결속하고 단합해서 상대 당보다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해야 하는데, 내부에 갈등과 균열이 있어서 되겠습니까? 그것은 정말 저희 당에 있어서는 굉장히 뼈아픈 부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게 정말 내부자 고발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정말로 엄정 대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라며 “내부고발 제도를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모함성 투서 내지는 모함성 고발을 했다면 반드시 밝혀가지고 엄중한 문책도 따라야 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내부고발이 죄가 되는 경우는 무고죄에 해당할 때뿐입니다. 무고란,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타인에 관한 허위사실을 신고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제보자가 찾아간 공무소(이 경우엔 선관위겠죠?)가 이미 ‘제보가 맞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라는 점, 제보 사실 중 일부는 국민의당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고죄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최종적으로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무죄로 판명난다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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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색출은 위법 행위

오히려 ‘제보자를 색출해 벌하겠다’는 박주선 의원이 위법 행위를 하게 될 소지가 있습니다. 정치자금법은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제5조(“범죄신고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피고용자가 범죄신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처우를 해선 안된다”)를 따르고 있거든요.

게다가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범죄 신고자를 공개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도 갖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범죄 신고자라는 점을 알면서 인적사항(또는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실) 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거나, 공개, 보도하면 안된다.”(정치자금법 제53조 2항)

“제53조 2항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정치자금법 제47조 1항 13호)

국민의당 쪽에서 내부고발자를 색출해 처벌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뜻입니다.

2014년 8월 박주선 의원은 교육분야 비리를 신고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자며 ‘공익신고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소한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근거는 생길 것이며 그들이 비리사실을 밝히는 데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당시 박주선 의원실이 내놓은 자평입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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