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독주 대신 경쟁구도로? 손학규에 자꾸 손짓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또 한 번 입당을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손 전 고문과) 지난 3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이난영 가요제에 참석한 뒤 둘이서 호텔 커피숍에서 약 50분간 대화했다. 저는 ‘국민의당에서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손 전 고문은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이라고 적었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지만, 향후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에도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와서 파이를 키워 한번 꿈을 펴볼 수 있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영입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끈질기게 손 전 고문 영입을 추진하는 까닭은 일차적으론 향후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대구·경북(TK) 연합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중도층이 반 총장 지지로 이동하면서 국민의당도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호남 지지 기반을 가진 국민의당으로선 손 전 고문을 영입할 경우 수도권으로 확장을 도모해볼 수 있고, 정계 개편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주변의 중도 세력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으론 ‘친노(親盧) 세력 고립화’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그간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갈 경우 더민주를 흔들고 압박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단독 체제나 다름없는 당내 대선주자 구도도 경쟁 구도로 바뀌어 흥행을 노려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주자 결정 과정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우려가 적잖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경선에도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전 고문은 즉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손 전 고문 측 강석진 특보는 “소이부답의 뜻은 ‘당신의 생각을 잘 들었습니다’ 정도일 뿐 국민의당 입당을 고려해 보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국민에게 ‘새판을 요구한다’고 말했는데 국민의당에 입당하는 게 새판을 짜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 더민주 의원은 “정계개편론이 나올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선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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