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문재인·안철수 3자대결에서 1위

이재진 기자 2016. 5. 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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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창간 21주년 대권 정치의식 조사, 50·60 충청권에서 압도적 지지… “야권 단일화 실패할 것” 71.4%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왔을 때를 가정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3자 대결에서 반 사무총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21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주)에스티아이와 함께 지난 1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권 정치 의식을 조사한 결과 36.7%가 3자 대결에서 새누리당으로 후보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반기문 사무총장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31.2%,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18.7%, 없음/잘 모름은 13.4%로 나왔다. 

관련 질문에 세대별 응답은 뚜렷이 갈렸다. 19~29세, 30대, 40대에서는 세 후보 중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반기문 총장이 1위로 나왔다. 지역별로 보면 충청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비해 12%p까지 높게 나타났고, 호남권이나 대구경북권에서도 8~9%p가량 높게 나타나 확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4. 13 총선 참패 이후 정국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새누리당은 차기 대권 주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충청 출신인 ‘반기문 대망론’을 띄우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대구경북을 기본 진지로 삼고 충청권을 공략해 정권 재창출을 한다는 전략 아래 반기문 총장을 영입, 대선 후보로 내세울 경우 지역 구도상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충남 출신인 정진석 의원이 원내대표로,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이 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것도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충북 출신인 이원종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도 충청권 유권자를 의식하고,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보태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 그래프 디자인=이우림 기자.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홍문종 의원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반기문 대망론을 위해 충청출신의 인사를 당 지도부와 비서실장으로 배치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비이락이 된 것”이라면서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에는 상수(常數)다. 변수(變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티아이 박재익 연구원은 “최근 정진석 원내대표에 이어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김용태 혁신위원장까지 당청 핵심 직책에 충청권 인사들이 임명되면서 일각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거론되고 있는데,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게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것 같다”라며 “다만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이고 야권 후보 지지층이 53%에 달하고 있어 대선 구도는 매우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에서는 충청 출신 반기문 총장의 집권여당 후보 출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 단일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단일화 방안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부정적이다. 여론도 야권 단일화가 어렵다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로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출마한다면 두 후보간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느냐”의 질문에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는 응답은 19.2%에 그쳤다. 단일화 불발 응답은 71.4%에 달했다. 2017년 야권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응답자 526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단일화 성사 22.9%, 단일화 불발 72.5%로 나왔다. 야권 후보 지지 여부를 떠나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 반기문 UN 사무총장. ⓒ iStock

▲ 그래프 디자인=이우림 기자.

야권 단일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비등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하게 된다면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느냐”는 질문에 문 전 대표라고 응답한 비율은 39.2%, 안 대표라고 응답한 비율은 38.4%로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2.4%로 나와 부동층도 상당한 것으로 나왔다.

반면 2017년 야권 후보 지지 응답자(526명)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58.5%, 안 대표가 34.4%로 나왔다. 야권 지지층 안에서 문재인 전 대표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문 전 대표보다(16.7%), 안 대표(44.8%)를 야권 단일 후보로 지지한 것이 눈에 띈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데 야권 단일 후보로 안철수 대표를 선호하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응답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총선 참패 요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바꾸지 않은 탓이 크고, 친박계의 정치적 반대세력 낙인찍기가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왔다.

“국정쇄신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계 해체를 선언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매우 공감한 37.8%, 어느 정도 공감한다 21.6%로 공감한다는 응답이 59.4%로 나왔다. 별로 공감 안한다(18.4%), 전혀 공감 안한다(13.3%)로 공감 안한다는 응답은 31.8%에 그쳤다.
▲ 그래프 디자인=이우림 기자.


새누리당 지지층 안에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 응답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322명 중 박 대통령의 친박 해체 선언 및 탈당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43.9%로 나왔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5%였다. 새누리당 지지층 안에서도 총선 참패 요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탓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는 결단을 내려 새누리당의 반경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총선 전 공천파동 난맥상을 비판하며 제3의길을 통한 정계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국회의장 재임 시절 새누리당의 압박 속에서도 야당과 타협을 중요시하며 합리적 행보를 걸어왔던 정 의장은 의장 임기를 마치고 ‘새한국의 비전’(가칭)이라는 정치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연구소는 국가 의제에 관한 중장기적 연구를 표방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나라를 잘 이끌어 가달라는 뜻에서 국회의장의 한 사람으로 그분들에게 보은하려는 싱크탱크”(정의화 의장)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아직 두고봐야겠지만 정의화 의장의 임기 후 행보는 친박 주도의 새누리당에서 벗어나 제3의길을 걷는 보수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와 선을 긋고 별도의 보수신당 창당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여론은 정당 지지층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보수신당 창당에 대해 매우 공감(27.3%), 어느 정도 공감(20.2%) 응답은 47.5%로 나왔고, 별로 공감 안함(25.3%), 전혀 공감 안함(17.5%) 응답은 42.8%로 나왔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공감한다는 응답은 25.1%로 떨어졌다. 공감 안한다는 응답은 68.0%로 나왔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전 세대와 전 지역에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높았다. 
▲ 그래프 디자인=이우림 기자.


박 연구원은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 해체나 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찬반 양론이 팽팽하며 쇄신 요구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 내 신당에 대한 여론이 미지근한 걸로 나타나 보수신당 창당의 모멘텀 형성이 당장에는 어려워보인다. 관건은 비박 진영에서도 반기문 총장에 필적한 만한 대선후보를 낼 수 있냐에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2.3%, 더불어민주당 27.8%, 국민의당 20.3%, 정의당 7.6%, 기타 정당 2.8%로 나왔는데,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한 질문에는 진보적이라는 응답이 38.6%,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23.6%로 나왔다. 중도적이라는 응답은 29.8%였다. 새누리당 지지층 안에서도 60대 이상과 강원/제주 지역을 제외하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1%p이고, 응답률은 3.9%다. 휴대전화 RDD 방식의 ARS 여론조사로 비례할당에 의한 무작위 추출법을 사용했다. 정당 지지율 등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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