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대선주자 유력하나 내가 직접 슛 때릴 수도

박승희.이지상.오상민 2016. 5. 1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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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여부, 지지율 아닌 온몸으로 느끼는 것지도자들 새정치 못하면 내게 기회 온다더민주 더는 말꼬리 잡는 말싸움 말아야친노·비노, 국민들이 볼 때 아무 의미 없어성장 외친 지도자들 뭘 했나..말짱 거짓말성장은 기업인 일, 그걸 제도로 돕는 게 정치
안희정 지사가 12일 인터뷰에서 “제가 ‘슛’을 하기 위해 뛰어야 할지 가봐야 한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 인터뷰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0세기 낡은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놓고 정치 지도자들이 경쟁해야 한다”며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제가 도전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4·13 총선 민의에도 불구하고 내년 대선에서 낡은 정치 틀의 경쟁이 이뤄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야권에서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계속 응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슛을 하기 위해 뛰어야 하는지는 그때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와의 인터뷰는 충남 홍성의 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Q : ‘좋은 사람이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는 인터뷰를 본 일이 있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A : “초등학교 때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난사람·든사람·된사람’이라고 배운 기억이 난다. 잘난 사람은 ‘난사람’, 많이 배운 사람은 ‘든사람’. 그런데 선생님이 제일 윗급은 된사람이라고 그러셨다. 추상적이지만 이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Q : 이번 4·13 총선 결과를 예상했나.
A : “전혀 못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Q : 3당 체제로 야당의 분열이 고착화됐는데, 손해 아닌가.
A : “잘 모르겠다. 저는 국민 눈높이에서만 보려고 노력한다. 개인·정당, 그리고 내 세력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로만 보려고 한다.”

Q :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는 뭔가.
A :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야 모두 내부 토론과 의사결정, 리더십 형성 과정이 좀 더 성숙해야 한다. 더 이상 상대방 말꼬리 잡아서 말싸움하는 정치가 되면 절대 안 된다. 국민들은 싫어한다. 지금 여의도를 휩쓸고 있는 친노-비노, 친박-비박… 하루하루 땀 흘려 먹고사는 국민들이 볼 때 무슨 의미가 있나.”

Q : 6년간 도지사 하면서 분배보다 성장 추구한 성과 있었나.
A : “(목소리를 높이며) 성장과 분배를 분리해 봐선 안 된다. 성장을 이야기하는 지도자들이 뭘 성공시켰나. 말짱 거짓말이다. 성장은 기업인과 과학자의 일이다. 기업가의 도전정신과 과학기술의 진보를 현실 제도가 막고 있다면 그걸 고치는 게 정치다. 정치가 직접 시장경제나 기업에 들어갈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광고다. 다만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충남지사로서 2030 경제산업비전을 만들었다. 현대차와 손잡고 수소 연료 전지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Q : 대선과 관련해 ‘준비가 되면, 기회가 되면 슛을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어느 준비가 안 됐나.
A : “잘 모르겠다. 시간이 더 있다. 내 나름의 간절함·절실함이 쌓인다면, 그리고 객관적·정치적 위치가 나설 만하다면 도전할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Q : 객관화된 지표에 지지율도 포함되는가.
A : “아니다.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건 매우 주관적인 내 스스로의 기준이다. 이 상황에서 슛을 할지 말지는 철저히 스스로 온몸으로 느끼는 주관적 잣대다.”

Q : 진보와 보수 틀을 벗은 새 정치가 뭔가.
A : “지도자는 분단 문제를 어떻게 풀지를 얘기해야 한다. 당장 통일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분단 리스크를 어떻게 풀지를 얘기해야 한다. 그걸 얘기 않고 경제성장 얘기하는 건 웃기는 거다. 분단과 대북정책 문제는 경제와도 연결돼 있다. 민족주의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종북좌빨 용어 식의 싸움은 그런 논쟁을 무의미하게 한다. 과거와 결별해 다른 형태의 민주당, 다른 형태의 진보, 다른 형태의 보수가 돼야 한다. 진보·보수 다 없애고 가운데로 모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청백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Q : 청백 게임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A : “지도자들이 20세기 낡은 정당의 틀을 바꿔주길 바란다. 지도자들이 같이 해낸다면 응원하겠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내가 도전할 기회가 생길 것이다.”

Q :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가.
A :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사람이다. 과거 정치인과는 다른, 과거와 결별해 새로운 정치를 해보고자 하는 좋은 성품과 노력의 자세가 있다. 총선이 지나고 당의 틀이 좀 안정되면,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경쟁 국면이 만들어진다. 그때 가서 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

Q : 국민의당이 여권과 연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A : “큰 흐름으로 보면 국민의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사에서 더민주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뿌리에서 공통의 협력과 논의를 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정당이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면 책임정치 구현이 어렵다 .”

Q : 지도자에겐 어떤 덕목이 필요하나.
A : “5000만 국민을 동포애와 형제애로 가득 차도록 이끌어야 한다. 선거를 골백번 치러도 절대로 형제를 원수 되게 만들면 안 된다. 지역·계층·이념·정책 등과 관련해 상대를 미워할 수 있는 언행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국민을 손님으로 만들면 안 된다. 이 나라를 발전시킨 것은 국민이다. 정치가 선거 때마다 국민에게 뭘 해줄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래선 좋은 정치가 되기 어렵다 .” ※ 남경필·안희정 지사 인터뷰 전문은 17일 발매되는 월간중앙 6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만난 사람=박승희 정치국제에디터,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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