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마디에.. 국회의장職 '왔다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1일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 "저는 어느 당이 국회의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라며 국회의장직을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주겠다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이후 더민주 5선 이상 중진들은 너도나도 국회의장 출마 의지를 밝혔고, "부의장과 국회 사무총장은 국민의당에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안 대표가 그때와는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안팎에선 "국민의당의 결정에 따라 1, 2당이 울거나 웃을 수밖에 없는 20대 국회의 전도를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안 대표는 이날 대전에서 '최근 제1야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맞다는 취지의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 선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대 강창희 국회의장에 이어 충청권 출신인 더민주 박병석, 무소속 이해찬 의원 등이 국회의장을 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을 투표로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18, 19대 국회에선 집권 여당이 과반을 차지해 국회의장직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더민주(123석)와 새누리당(122석)이 각각 1, 2당이 됐고, 새누리당이 친여 무소속(7석)을 입당시키더라도 과반(151석)이 안 된다. 38석의 국민의당이 어느 쪽에 표를 몰아주느냐에 따라 국회의장직을 맡는 정당이 결정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국회의장 문제는 총선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라고 하자 더민주와 새누리당은 희비가 엇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새누리당보다는 자기와 가까웠던 더민주가 국회를 이끄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의장직을 절대 뺏기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의장을 가져오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반면 안 대표가 힘을 실어주자 더민주에서는 국회의장 도전자들이 줄을 이었다. 6선이 되는 정세균·문희상·박병석·이석현 의원, 5선이 되는 원혜영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벌써부터 당선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잘 부탁한다"며 선거운동에 돌입한 중진도 있다. 더민주 관계자들은 "국회의장은 우리가 맡으니까 여야가 한 명씩 맡게 되는 부의장직은 국민의당에 양보하면 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회 사무총장도 국민의당에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에서도 부의장, 사무총장 하마평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안 대표가 21일 "더민주에 국회의장을 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하자 더민주는 혼란에 빠졌다. 국회의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더민주 의원 측 관계자는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국민의당이 원 구성 과정에서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안 대표가 안 밀어줘도 국민의당 대부분이 우리 당과 결이 같은 사람들인데, 설마 새누리당을 뽑겠느냐"면서도 "제3당 대표 말 한마디에 국회의장직이 왔다 갔다 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향후 국회 운영에 있어서도 1, 2당인 더민주와 새누리당보다는 국민의당의 입김이 더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여야 쟁점 현안이 생길 때마다 국민의당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 더민주 그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게 총선으로 드러난 민심인데 국민의당이 제일 신났다"면서 "양당이 국민의당 심기 경호를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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