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한다' 발걸음 멈춰 세우는 공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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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후보들은 공보물 제작에서 표지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맨 앞장에서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공보물은 한번 들추어지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또 공보물 표지는 동네 곳곳에 붙을 선거 벽보로 쓰이기도 한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알리고 싶은 후보들의 ‘공보물 전쟁’이 재현됐다. 253개 지역구에서 나온 총 938부의 공보물을 전수조사해 그 중 눈길을 한눈에 잡아끄는 공보물들을 골라 소개한다.
◆ ‘反박근혜 마케팅’ 공보물
한 켠에 방치된 공보물 더미, 그 사이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라고 적힌 공보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무소속 김수근(서울 서초을) 후보의 공보물은 단 두 페이지 뿐이다. 탄핵소추안 발의 형식을 빌린 표지, 그리고 후보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후보자정보공개자료’ 페이지이다. 김 후보는 손글씨로 “부당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테러방지법 통과 강요” “세월호 참사의 최종책임자” “18대 대선 부정선거” 등 총 5개의 탄핵소추 사유를 적은 공보물 표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는 공보물은 이뿐이 아니다. 부산 중·영도에 출마한 무소속 이선자 후보, 대구 달서병에 도전장을 내민 무소속 조석원 후보의 공보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이라는 두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스스로를 ‘헬조선 독립군‘이라 칭한 이 후보는 김 후보와 정확히 같은 5가지 사유를 들며 탄핵을 주장했다. 조 후보는 “세월호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왔다면 4월13일은 그들의 첫 선거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노란색 종이배를 머리 위로 든 교복 차림의 네명의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 ‘쉿!’ 신비주의 공보물
“나 그 사람 알아”
이 말을 하려면 최소한 그 사람의 얼굴과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한다. 공보물 표지 디자인 또한 이 규칙을 따른다. 대부분의 공보지 앞면은 항상 후보의 미소 가득한 얼굴과 큰 글씨의 이름으로 꽉 차 있다.
하지만 더민주 임동욱(울산 남을) 후보의 공보물은 다르다. 후보 얼굴은 커녕 이름조차 없다. 중앙선관위에 제출된 총 938부의 공보물 중 표지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공보물은 임 후보의 것이 유일하다. 임 후보는 이름을 적는 대신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 하지않는 젊은 청년후보가 이 안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유권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임 후보의 선대위 측은 “38세 청년후보라는 컨셉에 맞춰 공보물부터 창의적으로 제작해 봤다”며 “공보물도 국회의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번만 뽑아주세요” “돈이 부족해요” 호소형 공보물
유권자들의 표성애(?)를 자극하는 공보물도 눈에 띈다.
이번 총선이 10번째 출마라는 무소속 백철(서울 강서갑) 후보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한번만 부탁드립니다”라며 호소하는가 하면,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출사표를 던진 무소속 김천식 후보는 “12번 낙선, 찍어주자!”는 빨간 글씨의 강렬한 문구로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두 후보는 각각 ‘부당한 국회의원 특권 포기’ ‘노인 복지관 건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지지를 당부했다.
책자형 공보물을 제작할 자금이 부족다는 이유로 유권자에게 사과하는 후보도 있었다. 무소속 박경민(부산 사하갑) 후보는 “돈이 없어 한 장짜리 배달 전단지로 대신하여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자신의 공보물이 두 페이지에 불과한 이유를 설명했다. 표지에 실린 대표공약으로는 ‘사하구 드론 특구 지정’ ‘100원 마을버스’이 있었지만 공보물 지면 사정상 아쉽게도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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