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수 시민이 정치적 대표 없이 방치된 나라"
사회학회·사회과학협,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화를 멈췄다는 위기 의식 아래 학계가 주축이 돼 마련한 지역 순회 심포지엄이 31일 처음 개최됐다.
한국사회학회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Ⅰ사회·정치변동과 민주주의' 서울 심포지엄을 열었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당정치의 실종과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국을 '의사(擬似·모조의)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라고 표현했다.
시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대표를 내세우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다수 시민이 자신의 대표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정치적 대표를 갖지 못하고 있다면, 즉 대표가 없는 상태에서 방치돼 있다면 이런 국가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하기 곤란하다"며 "그런데 한국은 바로 그런 나라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증대, 삼포시대를 넘어 오포·칠포시대로 이어지는 청년문제의 악화 등은 모두 의사 대의제 민주주의 때문에 지속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한국의 실질적 민주주의 발전에 필요한 새로운 대의제 민주주의란 결국 합의제 민주주의이며, 이런 민주체제의 발전은 권역별 연동제와 같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 제도 도입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정상화시킴으로써 실질적 민주주의가 발전해가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연관성을 짚었다.
신 교수는 "20세기 후반 세계 학계의 새로운 관심으로 떠오른 불평등은 현재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다"며 "불평등 심화는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 정치 제도의 실질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 교수가 여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빈곤율, 피케티 지수는 투표율과 부의 상관관계를 드러냈다. 불평등이 심화될 수록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정부 신뢰도와 일반적 신뢰도는 높을수록 투표율 또한 올랐다.
신 교수는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상대적 빈곤과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주요 원인"이라며 "상층으로의 부의 집중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민 참여를 약화시켜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고 더욱더 불평등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빈곤층이 투표에서 내는 목소리가 정치를 통해 나타나야만 이들의 이탈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발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은 5월 광주, 7월 대구, 9월 대전, 11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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