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가 떠밀려 나갔다
朴대통령 사진 지나치며…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23일 밤 대구 동구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탈당 기자회견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지지자들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유 전 원내대표의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대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그는 이날 밤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인용한 뒤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일전(一戰)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문제는 결국 당의 정체성 문제”라며 “이재만 전 동구청장에게 단수 추천을 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동구청장은 이날 탈당하지 않았다.
또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법원에 낸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이날 받아들여져 대구 공천은 4·13총선 후보등록일까지 요동치게 됐다. 공관위는 주 의원 지역구를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해 이인선 전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공천했으나 공천 효력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달성에서도 박경호 전 달성군수가 탈당해 새누리당 추경호 후보와 맞붙는다. 대구 지역 12곳 중 절반 가까이 ‘진박(진짜 친박) 대 비박’이 격돌하면서 대구 선거 결과가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안정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심한 공천 내전(內戰)의 후폭풍으로 새누리당은 과반이 붕괴됐다. 이날 하루 유 전 원내대표와 옛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주호영, 류성걸, 윤상현 의원 등 5명이 탈당해 새누리당 의석수는 재적(292석) 과반수에서 한 석 모자란 146석으로 줄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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