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화 났다, 중앙위 아니라 비대위에..

최지용,권우성 2016. 3. 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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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일부 비대위원 고집이 중앙위 '당헌 위배' 논란 일으켜

[오마이뉴스 글:최지용, 사진:권우성, 편집:손병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2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당무에 복귀했다. 사퇴 여부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라고 했지만 정상적인 당무를 보면서 거취 문제는 사실상 일단락 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거침없이 항해하던 리더십에는 상처가 났다. '비례대표 5선 하려는 노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문재인 전 대표까지 나섰지만, "모욕적"이라며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김 대표를 화나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당 중앙위원회를 떠올릴 수 있다. 지난 20일 소집된 중앙위에서 일부 중앙위원들은 비대위가 제출한 비례대표 선출안이 당헌을 위배했다며 반발했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에 스스로를 공천한 것도 비판 받았다. 회의는 결국 파행됐다. 김 대표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그 후로 당무를 거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앙위가 자기네들 권한을 행사해 자기네들 마음대로 정하고 선거 관리도 해서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라. 그러면 해결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하도 기가 막혀 나와버렸다. 저런 식으로 하면 내가 비대위를 할 수 없다"라며 "오늘 중앙위가 하는 행동을 보고 (당에) 흥미가 없어져 버렸다"라고 불만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후 중앙위를 향한 '화'를 거둔다. 중앙위는 수차례 연기 끝에 21일 심야에 결론을 냈다. 당초 김 대표가 행사했던 비례대표 3석을 4석으로 늘리고 후보를 A, B, C그룹으로 나눴던 칸막이를 없앴다. 당초 43명이었던 후보를 35명으로 추려 순조롭게 투표를 진행했다. 또 당헌대로 청년, 노동, 취약지역 후보를 당선권에 배치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22일 자택을 찾아온 김성수 대변인에게 중앙위 결과를 전달받았다. 그는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앙위 결정사항은 당헌대로 했다니까 알아서 할 거라 믿는다"라며 "거기에 대해서 논평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앙위 결정사항에 문제가 없고 그대로 수용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앞서 중앙위가 파행된 것에 분노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남은 건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셀프 공천' 했다는 비난 여론이다. 그러나 이 역시 피상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사실 처음부터 김 대표는 이 부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2번을 하나, 10번을 하나, 15번을 하나 차이가 뭐가 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며 "도와주기 위해 필요하니 하려고 한 건데, 필요 없다면 안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난 여론 자체에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여론에 대해 너무 신경쓰면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하지도 않았다"라고 '쿨'하게 넘기는 게 그동안의 김 대표 캐릭터다. 여론 자체가 아니라 그런 여론을 유발하고 동조하는 '행위'에 격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인격적으로 그 따구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라고 말한 맥락이 여기에 있다. 바로 비대위를 향한 '화'였다.

▲ 김종인 면담 마치고 나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후 20대총선 비례후보 경선 갈등으로 당무거부중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서울 구기동 자택으로 찾아가 만난 뒤 나오고 있다. 문재인 의원 오른쪽은 김성수 대변인.
ⓒ 권우성


"비례대표 추천 문제, 전적으로 비대위 책임"

김 대표는 중앙위 파행 이후 비대위를 몇 차례 힐난했다. 그는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비대위원들은 자꾸 날보고 타협을 하라고 하는데, 내가 뭐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타협을 하느냐"라며 "무슨 목적의식이 있어야지, 타협도 하고 하는건데, 더이상 나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중앙위가 파행되자 비대위원들이 김 대표에게 무언가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포인트가 있다. 비대위가 중앙위에 처음 제출한 비례대표 선출안의 문제는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위가 아니다. 일부 비판이 있었지만 당 대표 권한으로 3명을 전략공천 하는 것은 당헌에 보장돼 있다. 논란이 있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후보를 A, B, C 그룹으로 나눠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중앙위 권한을 침해 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밀어붙인 건 김 대표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부 비대위원이 당선권 안에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을 제시했고, 당헌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결정된 안"이라며 "비대위가 최종 의결 했지만 김 대표 생각으로 볼 수 없다. 김 대표는 자신의 권한으로 전략공천 3명을 지정했고, 나머지는 비대위원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역시 중앙위 파행 다음 날인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내가 그 전에 경고를 했다, 이걸 갖고 중앙위에 순위 정해 달라고 가면 난장판 벌어질거다 그랬는데, 그 사람들(비대위원들)이 괜찮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상황이 그대로 벌어졌다. 그러면 당신네들이 그럼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 "중앙위원회에 가면 난리 날 수밖에 없는데, (비대위원들이) 그걸 각오를 하니까 가져와라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결국 중앙위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들의 뜻대로 그룹별 순위투표 안을 결정했는데, 정작 사달이 나자 비대위원들이 오히려 김 대표를 '설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것이 김 대표가 "비대위원들을 100% 신뢰하는게 아니"라고 말한 이유다.

김 대표의 '당무 거부' 상황에서 나온 비대위의 '절충안'도 김 대표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는 지난 21일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위를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고 그룹별 칸막이를 없애는 대신 7명을 전략공천하는 안을 새로 제출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김 대표를 만나 이 같은 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곧장 자택으로 돌아와 일절 외부와 접촉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그룹별로 선출하는 안은 비대위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안인데, 너무 짧은 시간동안 판단을 해야 하다보니까 졸속적으로 됐다"라며 "외부나 중앙위에는 그것이 김 대표의 판단으로 알려지고 비난의 화살이 김 대표에게 쏟아지는 상황이 됐다,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표창원 비대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비례대표 추천 내용과 방식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비대위의 책임"이라며 "김 대표께 총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 대선 승리에 기여해 주십사 하는 요청이 있었다, 이것이 상위순위 배치로 되는 과정에서 취지가 잘못 알려져 오해와 이로 인한 명예손상이 이루어지게된 것은 저를 포함한 비대위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기강 잡고, 당 장악력 높이기

이제 관심은 이날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도 왜 여전히 사퇴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가로 옮겨진다. 여기에는 앞으로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상처난 자신의 명예와 리더십을 회복시키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가 자택을 찾아오게 한 것이나, 비대위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자택을 나오면서 자신의 소회를 "비대위에 가서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이미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소회를 비대위에서 다시 말하겠다는 것은 비대위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하겠다는 의미다. 김성수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회의에서 "중앙위 과정에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 사실상 비대위의 기강을 잡은 것이다.

그는 또 이날 비대위에 비례대표 순번 결정을 일임하면서 "2번을 비우고 논의하라"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자택으로 들어가는 자리에서 비례명단에 김 대표가 포함돼 있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나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무슨 말이냐"라고 말했다. 이는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도록 비워두라는 의미로 읽힌다. 여전히 사퇴 가능성을 남겨 놓은 것이다.

이에 한 비대위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오늘(22일) 밤에 비대위원들 몇명이 대표를 찾아 갈 것"이라며 "(전략공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것은 대표의 고유 권한으로 비대위에 일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하실 거라고 믿지만, 그러기 전에 우리가 먼저 김 대표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반응은 비대위원들을 겨냥하고 있지만 단순히 '비대위 군기잡기'로만 볼 수는 없다. 공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벌어지기 앞서 당 전반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당에 갈등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험악한 모습은 없었다"라며 "상황이 적절히 수습이 되면 김 대표의 지도력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일부 비대위원이 특정 후보를 당선권에 넣기 위해 무리하게 그룹별 투표 안을 고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당헌이나 절차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며 "당분간 김 대표가 더욱 강하게 이 문제를 제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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