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중단, 수구 언론 프레임에 말렸다"

김도연 기자 2016. 3. 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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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기가 테러방지법보다 더 위험한가… 언론인들도 거센 비판, “유리한 상황을 스스로 포기하는 바보짓”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을 놓고 전현직 언론인들의 비판이 SNS상에서 쏟아지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 프레임만 고려한 더민주가 이른 시간에 필리버스터를 철회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테러방지법으로까지 무장하려는 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 독립선언을 해도 모자랄 31절에 처음 접한 뉴스가 백기투항이라니 (안타깝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연단에 섰던 이들의 멋진 발언들이야 기록으로 남겠지만, 그 발언의 울림은 기억에만 머물다 흐려질 것”이라며 “연단을 지켰던 놀라운 시간들이야 역시 기록으로 남겠지만, 그 시간의 놀라움은 쇼타임이었다는 조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노종면 YTN 해직기자 페이스북.
노 기자는 “도대체가 새누리당과 수구 언론이 짜놓은 협박 시나리오의 1막도 통과하지 못하는 (야당의) DNA는 어디서 온 것인가”라며 “2014년 여름, 세월호 졸속 합의가 떠오른다. 그때도 참 어이없고 허탈했지만 진통 끝에 뒤집었다. 필리버스터로 저력을 보여준 더민주가 2014년 그때처럼 결정을 뒤집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이날 사설을 통해 “야당 의원들은 최근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표정으로 필리버스터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꼴불견 작태마저 보였다”고 비판하는 등 보수 언론은 지속적으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폄하해왔다.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반응은 외면한 것이다.

윤형중 한겨레 기자도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박영선 전 비대위 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할 때 저질렀던 잘못을 거의 똑같이 되풀이하는 격”이라며 “그때 박영선 전 대표의 최대 실책은 현안에 가장 공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이기지 못하는 싸움은 어떻게 끝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현안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거나 크게 공감하는 사람들(이번 사안에선 필리버스터의 지지자들)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돼야 하고, 많은 것을 얻어내지 못하는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 PD 출신인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김종인 대표가 잘못을 인정하고 지지자들을 향해 사과를 하는 것뿐”이라며 “당연히 필리버스터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필리버스터를 이념으로 프레이밍한 수구·보수의 관점을 야당 지도부가 그대로 차용했다”며 “이런 잘못은 지난 10여 년간 매번 반복돼 왔고 그로 인해 야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든 상황을 스스로 포기하는 바보짓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필리버스터 중단 논의를 할 시간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과 선거연기도 무시하는 행위를 어떻게 필리버스터에 반영할지 고민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금처럼 북풍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판에 선거가 연기되는 정도의 판 흔들기가 있어야 오히려 야당에게 유리한 것 아닌가”라며 “야당 의원들의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가 여당이나 조중동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고재열 시사인 기자 페이스북.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보수결집은 필연이다.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겪게 될 일”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더라도 보수결집을 통한 진보결집은 꾀해야 한다. 진보결집이란 진보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기자는 “질서 있는 퇴각은 고도의 정치행위”라며 “이런 힘없는 퇴각은 정치가 아니다. 야권이 물러나서 잘못이 아니라 물러나는 과정이 정치적이지 못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얘기 듣기 딱이다”라고 덧붙였다.

최진주 한국일보 기자는 “필리버스터는 비지지자에게선 ‘발목잡기’라는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야당의 문제는 야권 지지자 내에서도 ‘무능정당’이라고 버림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을 극복하게 하고 심지어 정치 무관심층이었던 20대마저 관심을 갖게 한 거의 첫 계기를 ‘무조건 중단’한다고 하니 당연히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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