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심야 진통 끝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 극적 합의(종합)
김종인 "이념론 대신 경제론 전환해야" 이종걸 설득
'선거법 우선' 김종인 VS '테러방지법 수정' 이종걸 의견차
2차례 의총서 결론 못내…심야 비대위회의서 최종 결론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진행중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의 중단을 결정하기까지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
당 지도부는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을 주장했으나, 원내지도부가 '빈손'으로 필리버스터를 마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상황이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논쟁은 심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종인 대표가 "이념론 대신 경제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서면서 극적으로 매듭지어졌다.
하루종일 이어진 진통은 이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월 국회 회기가) 3월 10일까지"라며 필리버스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예고됐다.
이 같은 강경론에는 테러방지법 수정 의지와 함께 필리버스터가 지지층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전에 열린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는 전날 심야 회의에 이어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선거법의 최우선 처리를 촉구해온 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선거법 처리를 미룰 경우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종인 대표도 비공개 회의 때 "필리버스터를 이제 중단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테러방지법의 문제를 유권자에게 알려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시급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정회하는 데 합의해줄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하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테러방지법 수정 요구와 필리버스터 속개 방침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의총에서는 이 같은 제안을 포함해 필리버스터 지속 여부에 대해 2시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됐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회했고, 이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만났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속개된 의총에서도 이 원내대표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하면서 필리버스터가 당분간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곧이어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박영선·변재일 비대위원 등이 참석한 심야 비대위 회의가 열렸지만 이 원내대표의 강경한 태도를 고려할 때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는 "여기서 더 하면 선거가 이념 논쟁으로 간다. 경제 실정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 원내대표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념 논쟁으로 끌고가면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 경제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말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박영선 비대위원이 마지막 필리버스터 발언을 하며, 국민의당과 정의당에도 발언 기회를 제공하자는 내용에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날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이 강경론에 동조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반발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원내지도부는 1일 의총을 재소집해 당 방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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