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진실게임 된 '누리과정 예산', 누구 말이 맞나?

김필규 2016. 1.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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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여간 보여드리면서도 참 충격적이네요. 수면내시경을 하지 말고 그냥 생자로 받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 시작하겠습니다. 앞서 1부에서 잠깐 보도해 드렸는데 보육대란이 일어나게 된 책임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서로 떠넘기면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을 전해 드렸죠. 과연 잘못이 어디 있는 것인가. 각자의 주장은 뭔지 오늘(13일) 팩트체크에서 팩트체크를 해 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지금 거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주장이 어떻게 엇갈리고 있는지 그걸 좀 얘기를 해 주시죠.

[기자]

최근 한 달 새, 정부가 먼저 누리과정을 압박하는 발표를 하면 일부 시도교육청이 반박하는 자료 내고, 다시 정부가 재반박하면 또 교육청이 반박하는 싸움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요지는 이겁니다. 지난 5일 최경환 부총리 발표대로 "누리과정 예산에 쓰라고 돈 보냈는데 지역 교육청이 다른 데에 써버리고 편성을 못 한다는 것은 관련 법령 위반이다. 대법원 제소도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고요.

반면 "정부가 준 돈은 지금 필요한 곳에 쓰기도 모자란다. 누리과정 예산을 일방적으로 떠넘겨 놓고선 협박만 하고 있다"는 게 일부 시도교육청 입장입니다.

[앵커]

시도교육청이 정부에서 받은 돈을 누리과정에 안 쓰면 법령위반인 건 맞습니까?

[기자]

정부에서 내려보낸다는 돈, 이게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라는 건데요. 나라 안에서 걷히는 내국세 전체의 20.27%를 턱 떼어서 마련을 합니다.

올해는 그렇게 해서 각 시도교육청에 준 게 41조 원 정도인데, 정부에선 '이 중 4조 원을 각 관할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비로 써라, 즉 누리과정 예산이다' 해서 준 거죠.

현재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보면 각 시도교육감이 이 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받으면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4조원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비 내는 데 쓰지 않으면 정부 이야기대로 법령 위반이 되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누리과정 예산을 빨리 잡지 않으면 대법원에 제소한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강제하는 시행령이 언제 어떻게 나온 거냐도 봐야 하는데, 지난해 10월, 불과 3개월 전 국무회의에서 총리와 장관들이 모여 통과시킨 겁니다.

당연히 시도교육청의 입장은 이때 반영이 안 됐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게 아니니라 여야 합의 과정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니 시도교육청 쪽에선 정부가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건데, 앞서 1부에서도 지적했듯이 "원래 관련 법상에서 어린이집은 교육청이 아닌 복지부 소관이라 정부가 책임져야 했는데 시행령이 바뀌면서 교육청이 다 떠안게 됐다, 상위법과 시행령이 충돌한다"는 법률 논란도 함께 제기되는 겁니다.

[앵커]

복지부는 당연히 중앙정부에 속하니까 중앙정부의 예산이 나가게 되는 건데 그걸 이제 복지부 하지 말고 시도 교육청에서 해 이렇게 돼버리니까 시행령으로. (그렇습니다) 그걸 지방자치단체들은 왜 이걸 우리한테 왜 다 떠넘기느냐. 공약은 중앙정부에서 해 놓고 왜 우리한테 떠넘기느냐 이런 상황이 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아무튼 감정적으로는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 것은 틀림이 없는데 시도 교육청에서는 그렇다고 해서 지금 정부에서 준 돈을 가지고 누리과정에 다 쓸 만한 여력은 죽어도 없다, 이런 얘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그런가 살펴보면 정부에서는 이제 41조원을 교부금으로 책정을 했고요. 그게 전년도에 비해서는 1조 8000억원이나 올려준 거다. 그러니까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짜기에 충분하다라는 입장인 건데요.

시도교육청 쪽에선 교사들 임금 인상분이나 학교 시설 보수 등에 쓰일 예산만 해도 이거론 모자란다는 입장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늘 통화에서 "시설 유지보수나 처우개선, 누리과정 중에 결국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냐의 문제인데, 교육부 입장에선 시도교육청이 재원 중 일부를 누리과정 편성에 먼저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이렇습니다. 들어보시죠.

[송기창 교수/숙명여대 교육학과 : (시도교육청의) 예산편성 주체가 교육감인데 (정부가) 왜 이건 하고 안 했느냐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안 맞는 이야기예요. 그러면 교육부가 아예 예산 편성을 다 해줘야죠. 굉장히 정치적인 이야기예요. 원래 초중등 예산으로 만들어진 게 교부금인데 누리과정 편성하라고 하니까 초중등학교 입장에서 보면 재정이 줄어들죠. 손해 보는 거예요.]

[앵커]

좌우지간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까 결국은 이제 어린이들 그리고 부모들이 피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지금 당장 굉장히 문의전화가 아주 폭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이데요. 그래서 그런 우려가 이제 오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나왔는데 잠깐 직접 들어보시죠.

[박근혜 대통령 : 누리과정 (예산) 관련해서는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교육청이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으로 행동해선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서.]

[앵커]

정치적 공격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 따져보면 지금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서로 불신하게 된 나름의 배경이 있고, 또 서로의 주장이 다 맞는 면이 있다"(양정호)는 전문가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애초 누리과정의 시작을 보면, 지난 대선 당시 '보육료를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약이 있었고, 당선 직후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보육사업 같은 전국 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강조된 바 있습니다.

[앵커]

다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로 떠넘기지 않겠다는 얘기였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시도교육청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요.

지금 '교육청이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이다'라는 질책만으로는 교착상태에 빠진 누리과정 문제, 풀어가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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