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불신 팽배 부산민심 '아직은 미워도 새누리'

안병준 2015. 12.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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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면 아래서 조용히 꿈틀대는 부산 민심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정치 지형 특성상 지역구도가 여전한 가운데 여야 차기 대권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 부산·경남(PK)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 정치사를 둘러봐도 동향(同鄕)의 정치인들이 지지율 순위 1~4위를 휩쓸며 대결구도를 형성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따라 이들 모두의 텃밭인 PK지역 표심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은 물론 향후 격돌할 대선 결과까지 그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미워도 새누리…야권發 바람은 아직 미풍

최근 PK 지역의 전반적인 정서는 ‘미워도 새누리’로 요약된다.

전반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고 무당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찍어줄 수 없다는 정서는 뿌리깊이 박혀있다.

부산서 60년 평생을 살았다는 강태봉씨(60)는 22일 기자와 만나 “경기는 안좋은데 정치권은 하는 것도 없이 싸우기만 하니 도통 신뢰가 안간다”면서 “그렇다고 새누리가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을 찍어줄 수는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연초만 해도 PK 지역 민심은 문 대표에게 쏠려있었다. 19대 총선에서 직접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은 물론 PK지역에서 야당이 3석을 거머쥐는데 앞장선 효과가 컸다. 문 대표가 경남중-경남고를 나온 ‘성골’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 문 대표의 리더십에 흠집이 나면서 줄곧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했고 PK민심은 다시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8%포인트)에 따르면, 부산·울산을 포함한 PK지역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부문에서 김 대표(17%)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경남중을 졸업한 이후 서울 중동고로 유학을 갔으나 김영삼 대통령(YS)의 정치적 아들을 자처할만큼 부산은 그의 정치적 기반이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 PK지역에서 지난 1분기 지지율 24%를 기록해 1위였으나 이내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며 4분기에는 14%까지 떨어져 간신히 2위를 지켜냈다.

박 시장과 안 의원은 각각 10%, 8%를 기록하며 아직 돌풍을 일으키는데는 힘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안 의원은 동성초-중앙중-부산고를 나왔으며 경남 창령 출신인 박 시장은 중학교까지 고향에서 지내다 재수 끝에 경기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젊은세대와 무당층을 중심으로 호남과 수도권에 이어 PK에 불어닥칠 ‘안풍(安風)’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은 편이다.

부산서 청년창업 중인 이모(35) 씨는 “젊은 세대는 이제 새누리당 후보라고 무조건 찍지 않는다”면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향후 행보를 좀 더 지켜보면서 인물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목표인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PK지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천명한 이후 첫 대외 행보로 고향인 부산을 택한 것도 이같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또한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 기반한 지역정당으로 비춰져 기존 정치를 답습할 경우 새로운 정치·구태청산을 주장한 개혁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은 물론 안철수 신당과도 전선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1일 문 대표가 이례적으로 “한국거래소(KRX) 지주회사의 본사는 부산에 둬야 하고 부산을 떠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며 PK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낸 것도 급박한 상황임을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다.

◆與 “3자구도 환영”…野 “양자구도에 젊은층·무당층 공략”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가뜩이나 자신들의 텃밭인 PK지역에 야권이 분열돼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뜩이나 리더십 부재로 내홍을 겪고 있는 야당이 두개로 쪼개져 내년 총선에서 3자구도가 형성될 경우 승산이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야권색이 강한 서부산권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후보들은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예비후보는 “야당에 고전하는 서부산 지역 여당 후보들은 안철수 신당의 등장이 야권 표심을 갈라놓을 수 있어 반가울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부산 사상, 사하을처럼 지난 총선의 실지(失地) 회복은 물론 김해, 양산 등 일명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몰아치는 야권 바람도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감돌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7일~1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울산을 포함한 PK지역에서 새누리당(43.6%)이 새정치민주연합(23.7%)과 안철수 신당(15.1%)을 앞섰다. 그러나 잘모르겠다(11.4%)고 응답한 무당층의 절반을 지지층으로 돌려 세우고 정의당(4%) 등과 야권 대통합을 이루면 여당과 한판 대결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야권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단일화하고 젊은층·무당층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안풍(安風)이 중도층을 강타하는 등 조건이 갖춰지면 예상 밖의 선전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부산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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