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IS를 아이스라고 읽었다?

2015. 11. 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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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

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참가한 시위대를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아이에스’를 지칭하며 “아이스”처럼 발음합니다.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이 IS를 ‘아이스’라고 읽는다. 대통령은 뉴스도 안 보나보다”, “그나마 ‘이즈’라고 하지 않은 게 어디냐”, “IS의 복수형을 뜻한 것이다”라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말 IS를 “아이스”라고 읽은 걸까요? 만약 그랬다면, 이유는 뭘까요?

■ IS, ISIS, ISIL

국무회의 영상 5분25초부터 자세히 보시죠.

박 대통령 발음은 “아이스”보다는 “아이슬”에 가깝게 들립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이슬람국가는 IS, ISIS, ISIL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기 때문입니다. 국무회의 영상 제작자가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자막을 붙이는 바람에 오해가 생긴 것 같네요. (▶관련 기사: IS인가 ISIL인가 ISIS인가) ISIL은 “아이슬”이라고 읽는 게 맞습니다. 영상 10초부터 보시죠.

그럼 IS, ISIS, ISIL의 차이는 뭘까요.

우선 미국 정부는 ISIL이라고 지칭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두 가지를 분명하게 하고자 한다. ISIL은 이슬람도 국가도 아니다. ISIL은 테러리스트 조직일 뿐이다”라며 ‘이슬람국가’(IS)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라고 표기합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지난해 6월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한 뒤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하며 스스로를 ‘이슬람국가(IS)’라고 칭했습니다. ISIL, ISIS 등은 이들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표현입니다.

■ ISIS와 ISIL

IS와 ISIL·ISIS의 차이는 구분이 됩니다. 그렇다면 ISIL과 ISIS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슬람국가는 2004년 ‘자마야트 알타위드 왈지하드’(유일신과 성전)라는 이름의 단체에서 출발했습니다. 2013년 4월 시리아로 활동 영역을 넓힌 뒤 ‘이라크·샴 이슬람국가’(ISIS)로 바뀌었습니다. ‘샴’은 고대 시리아 일대를 뜻하는 데, 이는 현재의 시리아와 레바논, 요르단 등을 포괄합니다. 그래서 ‘시리아’를 그대로 쓰기도 하고, 이 지역을 뜻하는 ‘레반트’를 사용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샴’, ‘시라이’로 쓰면 ISIS, ‘레반트’를 쓰면 ISIL이 되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레반트’, 즉 ISIS가 아닌 ISIL을 택한 이유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시리아를 연상시키는 걸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 IS와 다에시

최근 파리 테러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다에시’(Daesh)라는 이름으로 지칭했습니다. 프랑스는 유럽국가들 중 최초로 지난해부터 이슬람국가를 다에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다에시는 ISIL의 이슬람식 표기인 ‘알다울라 알이슬라미야 알이라크 알샴’(al-Dawla al-Islamiya al-Iraq al-Sham)의 각 단어 머리글자(Da-i-i-sh)를 연결해 만든 이름으로 중동 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IS는 ‘다에시’라는 표현을 싫어합니다. “‘다에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자는 그 혀를 자를 것”이라는 강도 높은 협박을 내놓기도 했죠. ‘다에시’라는 단어의 발음이 ‘짓밟는 자’라는 의미의 ‘다에스’(Daes)나 ‘불화를 조장하는 자’라는 의미인 ‘다헤스’(Dahes)와 유사해 현지에서는 IS를 모욕하기 위해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다에시’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IS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일개 ‘폭도 집단’으로 규정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 한국은 ISIL

한국 정부 입장은 어떨까요? 박 대통령이 ISIL이라고 지칭했으니 “아이슬”로 정리된 걸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습니다. 초기엔 ISIL, ISIS, IS 등 여러가지를 썼지만 지난 2월12일부터 ISIL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IS라고 부르면 이들을 국가로 인정하게 되고, ‘다에시’라고 할 경우 그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합니다. ISIS와 ISIL 중 ISIL을 고른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하네요. 참고로 미국·일본·영국·호주는 ISIL을, 독일·노르웨이는 ISIS를, 프랑스와 아랍국가들은 다에시를 쓴다고 합니다. 김원철 김외현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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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영상 : 테러방지법,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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