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사범 위주, 재벌 최소화.. 국민 공감 의식한 '절제된 사면'

최문선 전혼잎 2015. 8. 14.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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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사

집권 후반 4대 구조 개혁 순항위해

박대통령, 여론 지지 얻기 포석

롯데 분쟁 탓 대기업과는 거리두기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의 핵심은 결국 '민심'이었다. 생계형 사범을 위주로 221만명을 대거 사면하면서도 정치인은 아예 배제했고 기업인은 14명으로 최소화했다. 재계에서 사면 대상으로 오르내린 대기업 총수 3,4명 중에는 가석방 요건을 채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일하게 사면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한 '특별사면권 행사의 엄격한 제한'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려 했다는 명분을 지키면서 집권 후반기 4대 구조개혁의 동력을 민심의 지지에서 찾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사면 제외 결정이 난 13일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의 입구가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하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통령 "국민화합ㆍ경제활성화ㆍ국민사기 위한 사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특별사면 규모ㆍ대상의 의미를 직접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다수 서민들과 영세업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했고 당면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건설업계, 소프트웨어 업계 등과 일부 기업인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 동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화합과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국민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특별사면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특사 단행은 지난해 1월 설 연휴에 민생 사범 6,000명을 사면한 것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이 7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광복절 특사가 필요하다"며 특사 추진을 처음 지시했을 때는 대선 공약을 일부 수정해 경제인과 여야 정치인 일부를 사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저성장 구조 탈출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을 감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과거 정권이 기업 투자 확대와 국민 화합을 이유로 내세워 실시한 대기업 총수ㆍ정치인 사면은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모들의 전언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비리 정치인 사면과 국민 통합이 무슨 상관이냐고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김현웅 법무장관이 "청와대로부터 사면 명단이 내려오지 않은 사면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한 것을 별도로 공개해 '원칙을 지킨 사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비리 경제인ㆍ정치인을 사면했다면 '재벌 감싸는 정권' 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4대 구조개혁이 또 다시 공전했을 것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반(反) 재벌 정서가 가뜩이나 커진 터였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기업에 사면 특혜를 줘서 러브콜을 보내기보다는 긴장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일자리 창출ㆍ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이 결정된 13일 서울 서린동 SK본사 건물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커다란 안내막이 걸려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與 "경제살리기 결단" 野 "대선 공약 위배"

광복절 특사에 대한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법 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견지하면서도 국민대통합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박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번 사면에 최태원 SK그룹회장 등 경제사범이 포함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은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며 "이번 사면은 이런 공약과 크게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4대강 사업, 용산재개발사업, 제주해군기지 등 정부가 민주적이지 못한 절차로 강행한 대형국책사업으로 발생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사면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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