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별사면]사회 지도층에 엄격한 잣대.. '정치권 쪽지'도 사라져

2015. 8. 1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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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지킨 '절제된 사면'
[동아일보]
2년 7개월 만에 풀려나는 최태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4일 0시 10분경 광복절 특사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왼쪽 손에 성경책을 든 최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이뤄진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은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절제된 사면’에 방점이 찍혔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아예 배제했고, ‘경제 살리기’를 표방했지만 주요 경제인도 최소화했다. 기준과 원칙을 충실히 지켜 과거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던 사면권 남용을 ‘정상화’하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제인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자 중 대기업 총수 일가 중에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모두 제외됐다. 사면심사위의 경제인 사면 심사의 기준은 △국가경제 기여도 △죄질과 피해 회복 여부 △국민적 공감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5년 내 특별사면 혜택 여부나 형 집행률이 부족한 사람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지켰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2013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은 형기의 64%가량인 2년 7개월을 복역했다. 이는 가석방 요건(형기 3분의 1 이상)은 충족하지만 사면심사위원회가 형 집행을 면제해주는 통상적인 요건(형기 3분의 2 이상)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심사위원은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SK그룹의 대규모 투자 의지 등을 고려해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 오너 일가는 애초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어음(CP)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LIG 삼부자에 대해선 “죄질이 나빴고 피해 변제를 한 것 외에는 청년고용 같은 경제 활성화나 사회 기여 의지가 낮다”는 평가가 많아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그 대신 한화그룹의 전문경영인 김현중 부회장과 홍동옥 여천NCC 대표이사가 형 선고 실효 및 특별복권 대상이 됐다.

정치인, 공직자 등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 사범은 이번 사면에서도 원천 제외됐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이후 대통령 임기 절반을 넘긴 시점까지 정치인 사면을 하지 않은 첫 정권으로 평가받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을 나누며 “오늘 국무회의는 가장 짧은 국무회의가 되면서도 중요한 결정을 하는 국무회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원칙과 기준이 엄격하게 지켜진 사면, 오로지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사면”이라면서 “이번 사면 기준은 사회 지도층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면제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청와대나 정치권 실세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전달되던 ‘쪽지’(사면 청탁)도 사라졌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번 사면은 일명 ‘쪽지 사면’이 없었던 유일한 경우였다”며 “이번 사면은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니라 ‘룰 세팅’(기준 마련)부터 명확하게 했다”고 전했다.

엄격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킴으로써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과거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은 사례처럼 원칙을 벗어나는 특별사면을 원천 봉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장관석 jks@donga.com·조동주·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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