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만 年800억.. 朴 대통령이 당리당략 대표 사례로 든 '아문법'

조백건 기자 2015. 6. 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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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저는 정치의 본령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은 당리당략으로 묶어 놓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법안)을 빅딜을 해서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3월 여야(與野)가 합의해 통과시킨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이하 아문법)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매년 800억 이상의 운영비를 지원하는 아시아문화전당 같이 자신들이 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빅딜해서 통과시키면서, 민생과 일자리 창출법안은 몇 회기에 걸쳐서도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은 경제 살리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문법은 오는 9월 광주광역시 금남로 옛 전남도청 뒤쪽에 건립되는 아시아문화전당을 국가 소속 기관으로 지정하고,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운영비 등으로 매년 800억원, 2026년까지 5조원(민자 1조7000억원 포함)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가 5년간 운영하고 그 이후에 운영 성과를 평가해 법인 등에 운영을 위탁하도록 돼 있다.

광주를 아시아 문화 허브로 만든다는 아문법은 야당의 숙원 사업이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 국회 때 이 법안을 ‘최우선 추진 법안’으로 선정, 여당의 협조를 얻어 통과시켰다.

아문법 통과 당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로 아문법 통과를 이끌어 냈다”고 하자, 소속 의원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반면 아문법 처리를 앞두고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영남·강원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의 문화시설에 거액의 국비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은 지역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안은 한 건도 통과 못 시키는데, 왜 야당 중점추진 법안만 통과 시켜줘야 하느냐”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퍼주기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신뢰로서 분명히 약속했다”며 아문법을 2월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키되, 4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법을 패키지 처리키로 협상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의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야당이 끈질기게 요구한 아문법을 받아준 것은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처리할 때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는 무산됐다. 정부·여당이 1년 넘게 추진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 대표적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아문법 발언은 야당과 유 원내대표를 함께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2005년 착공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오는 9월 4일 개관할 예정이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연면적 16만㎡ 규모로 서울의 예술의전당(12만8000㎡),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을 압도하는 국내 최대 문화시설이 될 전망이다.

개관 뒤 연 평균 운영비가 800억여원(예술의전당 538억원·국립중앙박물관 384억원), 운영인력은 4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 문화창조원,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예술극장 등 5개원 건물로 구성돼 있다.

여권 일각에선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대규모 빈집이 될 수도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들어가는 비용을 광주·전남 지역 경기 활성화에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야당 광주 지역 의원들은 25일 박 대통령의 아문법 발언을 비판했다. 아문법을 대표 발의한 새정치연합 박혜자 의원은 “아시아문화전당은 3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2조7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의 발표”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문법과 아시아문화전당에 대해 얼마나 왜곡된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박주선 의원도 “아특법을 당리당략에 의한 법률처리의 예로 들면서, 아시아문화전당 운영예산이 마치 ‘국민 세금만 축내는 예산’인 냥 발언한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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