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 황교안] 고승덕·김용덕과는 같은 반.. '영감'처럼 항상 진중

나성원 기자 2015. 5. 2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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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준화 마지막 세대 경기고 72회.. 황교안 동창 인맥은

황교안(58) 국무총리 후보자는 경기고등학교의 마지막 비평준화 세대인 1976년 72회 졸업생이다. 당대의 명문고였던 경기고 72회는 동기 720명 중 450여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대학교수가 된 동기가 169명, 법조인이 44명, 의사는 88명이나 된다(2011년 기준). 학창시절 3년을 공유한 고교 친구들이 2015년 한국 사회의 '지도층'이 된 셈이다.

정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김기준 의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등 주로 야당 인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여권에선 고승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황 후보자와 같은 반 친구였다. 법조계에는 김용덕 대법관,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이 현직 고위 법관으로 재직 중이다. 재계 인맥도 탄탄하다. 현대제철 우유철 대표이사 부회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안건희 이노션 대표이사, 동양생명 구한서 사장, LG유플러스 강문석 부사장 등이 눈에 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방위사업청장을 지낸 이용걸 세명대 총장이 학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76년 경기고 졸업앨범을 보면 황 후보자는 3학년 때 문과 1반에서 수학했다. 고승덕 전 의원, 김용덕 대법관, 성낙송 원장 등과 같은 반이었다. 노회찬 전 대표는 문과 2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과 11반이었다. 황 후보자는 1∼3학년 모두 반장을 지냈고, 전교학생회장 격인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았다.

동창들은 황 후보자가 공부만 하는 전형적인 '학구파 모범생'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한 동창생은 24일 "워낙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웬만큼 잘해서는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던 친구는 김용덕 대법관과 고승덕 전 의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고교 시절 공부 못지않게 노래 부르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교내에서 남성 4중창단을 조직해 지역·종교 문화행사 등에 여러 번 참여했다. 서울 대방동 성당 행사에서 그의 중창단이 '아베마리아'를 불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취임 전인 2012년 12월 동문 7명과 'KG하모니밴드'라는 이름으로 색소폰 밴드 공연을 갖기도 했다.

동창들은 그를 고교생답지 않게 과묵했던 학생으로 기억했다. 한 72회 졸업생은 "농담을 해도 무게 있는 농담만 해서 '영감'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항상 진중하고 어른스러웠고, 친구 앞에서도 전혀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동창은 "노회찬 전 대표는 농담을 많이 하고 친구들에게 장난도 잘 쳤는데 황 후보자 성격은 완전히 반대였다"고 회상했다.

황 후보자는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교내 활동도 활발히 했다. 한 동창생은 "졸업식 후인 76년 2월 경기고가 화동교사(校舍)에서 영동교사로 이전했다. 황 후보자가 당시 이삿짐 트럭 행렬 중 맨 앞 차량에 타서 교기를 들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졸업앨범 말미에 교사 이전과 졸업을 아쉬워하는 편집후기도 남겼다. 그는 '은행나무 여윈 가지에 흰 눈발이 서리니 벌써 헤어져야 하는가 보다. 남들이 말하는 고교시절. 잘 보내고 가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이어 '괜히 스산해지누나. 왜일까? 이 교사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은 아닐까? 잊혀지진 않겠지, 친구 얼굴, 선생님 모습. 아늑한 뒷동산. 살벌했던 자습실. 하나. 정녕 이대로 멀어져 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황 후보자는 검찰 재직 중이던 2008년 1월 고3 담임선생님이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택에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동행했던 같은 반 친구는 "선생님께서 '죽기 전에 이렇게 제자들을 봤다'며 좋아하셨고 반가움에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쩌렁쩌렁했던 선생님께서 변한 모습에 다들 눈시울이 붉어졌고, 다같이 큰절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황 후보자가 앞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는 공교롭게도 '절친'으로 알려진 이종걸 원내대표가 철저한 검증을 공언한 상황이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황 후보자는 김기춘(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바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공안정치의 상징을 총리 후보자로 내세운 것은 우리나라의 위기"라고도 평가했다. 동창들은 "두 사람의 친분은 상당히 두터웠지만 평소 성향이나 정치적 지향점은 전혀 달랐다"고 기억했다.

이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에게 날을 세우면서도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황 후보자의 딸 성희(29)씨 결혼식에는 축하 화환을 보냈다. 직접 참석하려다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황 후보자는 동문회에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고, 법무부와 검찰에도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식장에는 축의금 테이블과 방명록이 없었다. 식권은 가족과 친지 등에게만 미리 나눠줬고 따로 여분도 없었다.

300석 규모의 식장은 가득 찼고 복도에도 하객이 몰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검찰총장이 화환을 보냈다. 황 후보자는 식장에 들어서면서 "가족들과 작은 결혼식을 하려고 알리지 않았다. 딸을 보내는 마음이 애석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주례는 성대 법대 동창인 강영호 특허법원장이 맡았다. 황 후보자는 후보 지명 뒤 결혼식 사실이 알려지자 식장을 옮기는 방안도 고려했다고 한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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