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 잃은 5·24조치 5년.. 우회 카드로 출구 전략을"

강윤주 입력 2015. 5. 23. 04:44 수정 2015. 5. 2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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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대론 안된다" 쓴소리

정부 조심스런 해제 움직임 불구

최근 北 도발 위협에 다시 원점

원칙론 힘받으며 자승자박 모양새

"풀 생각이 있으니까,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지난 달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대북 제재인 5ㆍ24 조치 해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만을 고수하며 공을 떠넘기던 정부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것이었다. 문제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5ㆍ24 조치 해법도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5ㆍ24 조치는 상수로 두되, 이를 우회하는 '포스트 5ㆍ24 조치'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北 도발에 원점으로 돌아간 5ㆍ24 원칙론

대북 전문가들은 물론 당국자들 사이에서조차 5ㆍ24 조치는 애물단지에 비유되곤 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명분도, 대북 제재의 실리도 애당초 상실했지만 '북한의 사과 없이 철회는 없다'는 우리 스스로의 원칙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5년이란 허송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ㆍ24 조치 이후 북중경협이 확대되며 오히려 북한의 경제가 호전됐다는 분석도 있다"며 "북한을 아프게 하지도 못하고, 남북관계 지렛대만 상실한 자승자박의 덫"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인근에서 보란 듯이 포 사격 훈련을 단행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도 강경한 원칙론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22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나 후속조치 없이 5ㆍ24 전면 해제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재 대결 국면에서 섣부르게 5ㆍ24 해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대북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많았다"고 말했다.

'포스트 5ㆍ24 조치'로 질서 있는 퇴각 준비해야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5ㆍ24 조치를 협상 카드로 역이용한다면 남북한 대결 국면을 누그러뜨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기약 없는 사과에만 무작정 목 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신 각종 경협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거나 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를 먼저 내미는 우회전략으로 5ㆍ24 조치를 점진적으로 무력화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에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 싸움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며 "차라리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상을 제안해 문제를 풀어 나가며 이 과정에서 외교적 사과를 유도하고 이를 명분으로 해제하는 게 현실적인 선후관계"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남북경협의 창구로 유지되는 개성공단에 신규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맞물려 남북한이 두 달 가까이 갈등을 빚어온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문제 돌파구를 찾은 것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날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한 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임금 문제와 관련, 일단은 기존 임금 기준대로 지급하되, 추가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협상이 타결되면 인상분과 연체료 부분에 대해 3월 임금부터 소급 적용키로 합의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개성공단 임금 문제도 따지고 보면 신규 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5ㆍ24 조치에 대한 불만에서 불거진 것"이라며 "당장 공단에 신규 투자가 힘들다고 하면 기반시설 개보수 등의 노력으로 우리의 의지를 내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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