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원회 넘어 을지로정당으로 가야"

2015. 5. 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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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설움 달레는 을지로위원회 2년, "현장은 챙겼지만 구조적 해법은 미흡" 평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출범 당시 '얼마나 갈까'라는 우려를 낳았던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출범 2년을 맞았다. 2013년 5월 10일 출범한 을지로위원회는 고공농성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현장을 찾았고, 중소상인과 자영업, 하도급 문제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2년 간 현장방문만 119회였으며 기자회견, 사례발표 등의 총 일정은 737건에 달한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11일 오전 2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을지로위원회 활동 2년의 결론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하기 위해 '을지로정당'으로 바뀌어야한다는 것"이리고 밝혔다.

우 의원은 "우리 당의 진정한 위기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계파주의나 야권 분열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계파주의나 야권분열은 부차적인 문제"라며 "국민들은 새정연합이 나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해줄 정당인지 지지해줄만한 정당인지에 관심이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강력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기에 패배한 것이다. 이것이 을지로정당으로 가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5월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2주년 간담회 현장. 사진=조윤호 기자

을지로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인천공항공사, 씨앤앰, 태광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노동자들이 싸우는 현장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고 롯데그룹, 세븐일레븐 등 유통대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중소기업 보호 문제에도 성과를 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도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다. 건설업계 불공정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건설하도급의 폐해를 해결하고 적정임금제도를 도입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을지로위원회가 현장을 찾아 개별 사안들을 해결하는 데는 성과를 냈으나 제도 개혁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2년 간 500건 이상의 청원사건을 지원했으나 이러한 활동이 법안 통과로 이어진 경우는 9건에 그쳤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은 "야당으로서 한계를 뚫고 성과를 냈다고 본다. 야당 입장에서 제도적 성과를 내는데 부족하긴 했지만 제도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는 과도한 것"이라며 "을지로위원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가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을지로위원회 활동 현황. 을지로위원회 제공.

김 의원은 또한 "재벌개혁 없이 을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다는 점에서 재벌개혁이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나 을들에게 '재벌개혁할 때까지 기다리세요'라고 할 수는 없기에 일단 단기적로 풀어야한다"며 "또한 을지로위원회가 더 나아가기 위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하며 20대 국회에서 재벌개혁 문제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전략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제도적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이 소극적인 새정치연합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2015년 2.8 전당대회를 거치며 상설위원회로 확대 강화됐고 부산시당, 경남도당, 대전시당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정치연합이 을지로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대한 지지가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 지난 4월 3일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김기식 의원이 고공농성 57일차인 비정규직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 강세웅씨와 장연의씨를 만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우원식 위원장은 "당 대표 경선 때 후보들이 다 을지로위원회를 내세웠지만 경선 끝나고 나서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대해 거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을지로위원회가 바닥에서 성공하고 있기에 이미지는 채용하면서도 일상적인 활동으로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금의 최고위원과 대표에게 섭섭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우 의원은 "새누리당은 을지로위원회의 법안을 거의 안 통과시키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협상을 하면서 이런 법안을 관철시키는 것보다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국정조사, 청문회를 제1전선으로 만들고 관철시키는데 주력한다"며 "그러나 이제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에 나올 수밖에 없고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제1전선으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을지로위원회가 당 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을지로위 소속 장하나 의원은 "을지로위원회가 당 대표도 내고 원내대표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을지로위원회가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의 공약으로, 객체로서만 활용되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지표이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당권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의원은 "실천적 민생정당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당원구조의 변화다. 을지로당원 모집을 추진해서 당의 저변을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으로 넓혀야 한다"며 "이 토대 위에 민생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당 구조 개혁운동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좌클릭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집권을 하려면 중도층을 잡아야하는데,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는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이 '좌클릭'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은 이러한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우원식 의원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무너지면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좌냐 우냐 중도냐를 두고 논쟁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한심하고 편한 사람들"이라며 "노무현 정부 이후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택한 이유는 진보개혁세력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지기반이 확고하다. 그러니 좌클릭도 할 수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우선 지지기반을 확고히 해야한다. 을지로위원회가 새정치연합의 지지층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자영업자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하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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