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남북 군사력 2:11 북 압승?.."혹세무민"

김태훈 기자 2015. 3. 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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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남북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발표해 화제가 됐습니다. 보고서는 남북 군사력이 2 대 11로 북한이 절대 우위, 즉 한국이 절대 열세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이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해 우리 군사력이 형편없음을 질타하고 북한의 '어마어마한' 군사력이 두렵다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보고서가 제시한 숫자는 팩트였지만 분석은 엉터리였습니다. 보고서는 무기의 숫자만 봤을 뿐 성능에는 눈 감았습니다. 국내 일부 매체들은 무턱대고 이런 보고서를 인용하기에 바빴습니다. 속내가 음흉한 민간 싱크탱크의 수상한 보고서에 놀아난 꼴입니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 대형 방산업체의 스폰을 받고 있으니 미제 무기를 팔기 위해서 북한의 군사력을 강조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 식의 분석대로라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우리의 5배 이상입니다. 미국과는 직접 비교를 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입니다. 누가 봐도 엉터리입니다.

● 헤리티지 재단의 엉터리 보고서

헤리티지 재단의 '2015년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는 오지랖 넓게도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전차는 한국이 2400대인데 반해 북한은 4200대입니다. 전투기는 한국 460대 vs 북한 820대입니다. 해군의 함정과 잠수함도 북한이 숫자 면에서는 절대 우위로 나타났습니다.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숫자들입니다. 올해만 해도 연초에 국방백서와 국방통계연보에서 상세히 나왔던 숫자들입니다. 같은 숫자들을 두 달 새에 3번씩 기사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헤리티지 재단의 이번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기사가 안 됩니다. 뉴스가 아니라 옛글 즉 구문 중에서도 구문입니다. 국방백서와 국방통계연보 보도할 때도 누구도 단순 숫자 비교는 안했습니다.

그럼에도 헤리티지 재단은 숫자들을 산술적으로 더해서 북한의 군사력을 11, 우리 군사력을 2로 평가했습니다. 남북 무기의 숫자를 아무 생각없이 각각 더한 뒤 나눠서 최대 공약수만 남기면 11 대 2라는 숫자가 나타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이면 풀 수 있는 산수를 헤리티지 재단의 석학들이 달라붙어 해냈습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 속 보이는 헤리티지 재단

남북 무기의 성능은 보고서의 분석에서 쏙 뺐습니다. 이를테면 내일 모레 퇴역할 전투기 F-4 1대와 현존 최고의 전투기 F-22 1대를 동등하게 평가하는 식입니다. 굴러가는지 의문인 고물 전차와 엊그제 생산된 K2 전차를 같은 성능의 전차로 평가하는 식입니다. 노약자 1명과 아이언맨 1명을, 둘다 사람이니까 전투력이 같다는 식의 주장입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가령 우리 집에 가스레인지도 있고 전자레인지도 있는데 옛날에 쓰던 석유곤로도 창고에 있다고 치자, 과연 집에서 음식을 하는데 뭐가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군의 전력을 비교할 때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울 적입니다. 각 무기의 성능에 따라 가중치를 반영해야 하는데 헤리티지 재단의 석학들은 가중치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습니다. 몰라서였을까요?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그럼, 헤리티지 재단의 보고서를 단순 인용한 우리 언론들은 몰라서 인용했을까요? 의도적이었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록히드 마틴 같은 방산업체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싱크탱크들은 방산업체의 입맛대로 국방예산 증액, 군비확장, 무기체계 업그레이드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전쟁의 공포를 조장해서 무기를 구매하도록 여론을 조작합니다. 업체로부터 받은 연구비 값을 해야 하니까요.

맞습니다. 북한 재래식 전력의 숫자 많습니다. 대량살상무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핵 시설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이런 시설들을 순식간에 지도 상에서 없앨 방법을 강구했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재래식 전력도 북한의 공격을 막고 반격하기 위한 준비를 좀 모자라지만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중장기 전력 증강 계획에서 돈을 더 들여 무기 살 일은 없을 겁니다. 헤리티지 재단은 헛수고했습니다. 그 정도로는 혹세무민 안됩니다.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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