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없애려 '소선거구+비례대표' 양립.. 표 쏠림이 병폐로

한창만 입력 2015. 1. 23. 04:48 수정 2015. 1. 2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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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혁신, 올해가 골든타임]

정치자금 비리 등 끊으려 94년 도입… 2014년 여야 격차 무려 4배까지

日 최고재판소 총선 위헌 판결 등 선거구 인구편차도 꾸준히 논란

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도쿄의 자민당본부를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이 1947년부터 채택해온 중선거구제도를 버리고 소선거구제도를 채택한 것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뿌리깊은 정치적 병폐를 해소하는 성격이 짙었다.

중선거구제에서는 한 정당이 한 선거구에 복수의 후보를 출마시킬 수 있다. 때문에 후보 선출과정에서 힘있는 정치인에 줄을 서는 파벌이 형성됐다. 파벌을 많이 모은 여당 정치인은 총리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의원을 모으기 위해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부조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선거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힘있는 파벌들에 의해 번번히 저지 당했다.

일본이 94년 소선거구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자민당이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립여당 파트너로 삼은 일본신당 당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와 손잡았기 때문이다. 호소카와 내각은 자민당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현행 소선거구비례대표양립제도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파벌을 없애고 양당정치 정착을 위해 채택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양립제는 시행 초기에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 특히 1인2투표제를 통해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후보가 특정 정당에 치우치지 않아 이상적인 제도 정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정권이 우정 민영화 논란 와중에 중의원을 해산한 이후 총선을 치를 때마다 특정 정당에 지나치게 표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총선에서 자민당은 237석, 제1야당인 민주당은 177석을 얻어, 의석 차이가 100석 미만이었으나, 2005년에는 자민 296, 민주 113석으로 183석이나 차이가 벌어졌다. 2009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308석을 얻은 반면, 자민당은 119석을 얻는 데 그쳐 3배에 가까운 격차가 발생했다. 2014년 총선에서는 자민당 291석, 민주당 73석으로 격차는 4배로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 유권자의 정권 견제 의식이 무뎌진 탓으로 분석한다.

승자가 독식하는 소선거구제도가 낳은 병폐라는 지적도 있다. 도미나가 다다시(?永格) 아사히신문 특별편집위원은 "자민당은 소선거구에서 전체 득표율의 24%, 비례구에서 17%의 표를 얻었지만 전체 의석의 61%를 차지했다"며 "완전 비례대표를 적용했다면 자민 157, 민주 87석으로, 그다지 격차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둘러싼 '한표의 격차'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달 16일 마스나가 히데토시 등 변호사는 14일 시행된 총선 투표에서 "의원 1명당 유권자수에서 도쿄1구가 49만2,025명인데 비해 미야기현 5구는 23만1,081명으로 소선거구 인구 격차가 2.14배까지 벌어졌다"며 "인구 격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규정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투표 결과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소선거구의 인구 격차가 최대 2.43배까지 벌어진 2012년 총선을 위헌 상태(헌법 불합치)로 판결한 바 있다. 최고재판소는 2013년 참의원 선거 역시 인구 격차가 최대 4.77배인 상태에서 치러져 위헌상태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소선거구제 자체에 대한 개편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구레바야시 스스무는 "정치인들이 위헌 상태임을 알면서도 총선 강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모순이 드러난 소선거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선거구제도 도입을 주도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소선거구제 도입으로 자민당내 온건파가 줄고 보수세력이 커졌다"며 "결과적으로 이 제도가 (자민당의) 우경화를 가속시켰다"고 제도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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