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7인 모임' .. 靑 압박수가 자충수 될 판

최문선 2014. 12. 1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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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감찰 중 행적 발견 언론 유출설… 조응천 "靑이 나 잡으려 조작" 역공

조 "박 경정 문서 모두 파기 지시" 박 " 문건 가져 나올 때 조씨 승인"

이완구(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원내현안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문희상(왼쪽)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12일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해 여유롭게 웃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청와대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중심의 이른바 '7인 모임'이 정윤회 문건 유출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조 전 비서관 측을 압박하려 했으나, 오히려 조 전 비서관에게 역공을 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모임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상황에서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나를 잡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도리어 청와대의 도덕성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무리한 공세로 조 전 비서관에게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청와대, 조응천 주변 전방위 압박 카드

7인 모임이라는 이름은 조 전 비서관 측과 청와대 문고리권력 3인방 측의 문건 유출 진실 공방이 고조되는 와중에 갑자기 등장했다. 청와대가 최근 문서 유출 관련 감찰을 벌이면서 이들의 수상한 행적을 발견한 뒤,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면서 언론에도 고의로 흘렸다는 설이 파다하다. 7인 모임 멤버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조 전 비서관과 올 5,6월 외부로 흘러나간 청와대 내부 문건을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오모 전 행정관,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인 전모씨, 고모 전 국가정보원 국장, 박모 전 대검 수사관, 최모 전 행정관, 세계일보 간부 김모씨 등이다. 대부분 조 전 비서관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사들이지만, 현재로선 문서 유출을 위해 집단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단서가 하나도 없다. 도리어 멤버로 거론된 일부 인사들끼리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부인하면서 실체는 미궁에 빠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비서관을 문서 유출 기획자로 지목한 3인방 쪽에서 여론 몰이를 위해 전략적 카드로 7인 모임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가 조 전 비서관의 문서 작성ㆍ유출 기획 혐의의 구체적 입증을 자신하지 못해 초초해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7인 모임에 대한 실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조 전 비서관이 역공을 가하고 나섬에 따라 청와대의 입장만 난처해 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인 모임의 실체가 없지만 그렇다고 조 전 비서관의 반격이 옳은 것도 아니다"며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조응천-박관천 각자도생?

이런 와중에 이번 사태 초기 한 배를 탄 듯 했던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각자도생에 나선 정황이 감지돼 주목된다. 이들은 검찰 수사가 불리하게 진행된 것을 의식한 듯 최근 해당 문건 유출 책임 소재를 놓고 미묘하게 엇갈리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12일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2월 박 경정이 전출돼 쫓겨나가니 '나중에 문제될 것이 없게 다 파쇄하고 나가라' 했다"고 전했다. 그는 11일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도 "문서를 다 파기하라고 했고 그렇게 했다고 들었다. 박 경정이 가져간 것에서 빠져나갔다면 나는 완전히 속은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 경정은 최근 검찰 수사에서 "문건을 가지고 나올 때 조 전 비서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들은 세계일보가 문건을 보도한 직후엔 "문건 유출을 주도한 것은 제3자"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공동 대응했다. 조 전 비서관은 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간 문건에는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지목돼 있다"고 말했다. 박 경정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제 3자 범인 가능성에 무게를 실으면서 "청와대도 내가 유출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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