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반도 정세 치열한 외교전, 한국만 고립 양상

백민정 기자 2014. 11. 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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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 중국과 일본이 '합종연횡' 행보를 가속하고 있다. 북·미가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을 통해 접근하고, 중·일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이후 가능해보이지 않던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면서 우리 정부만 치열한 외교전에서 고립되는 양상이다.

한반도 주변 주요 국가들이 모두 자국 이익 증대를 위해 자존심까지 버리며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북 관계는 물론, 대일(對日)관계에서도 미국과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9일 전격 이뤄진 케네스 배(46)씨 석방 소식은 얼마 전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무산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정부의 전략적 한계를 드러냈다. 인권 문제를 고리로 북·미 관계가 급진전을 이룬 사이 남북은 대북전단(삐라) '기 싸움'만 벌이다 대화의 판을 걷어찼다.

배씨 석방과 관련, 정부는 "미국과 오랜 기간 상황을 공유했으며,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막힌 경색국면을 타개한 게 아니어서 향후 북·미 관계 진전에 따라 남북관계 해빙을 기대하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선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마저 나온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도 정부의 소극적 대일 외교 기조에 경종을 울렸다. 애초 중·일 정상 간 약식회동 전망은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정식 정상회담으로 격상됐다. 중국으로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분쟁화한 성과를 얻었고, 일본으로선 세계 2위 경제대국과의 관계개선 단초를 마련했다.

더구나 일본 아베 정권은 북한과도 적극적으로 밀착하고 있다. 납북자 공동 재조사에 이미 원칙적으로 합의을 이뤘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북·일 접촉면을 늘려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북·중·일이 적극적인 유착에 나서는 데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없이는 한·일 정상회담은 없다"는 스탠스다. 그러나 이 사이 똑같은 사안을 놓고 일본과 갈등해왔던 중국은 전향적인 자세에서 중·일 정상회담 성과를 얻어냈다. 외교의 실상이 국익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경우 '과거사 문제' 정도는 뒤로 젖혀놓는 냉정한 현실임에도 우리 정부는 원칙에만 집착하고 있는 셈이다.

미·중과의 긴밀한 관계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매몰돼 나머지 대외관계에서 전혀 발전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다 정작 중요한 외교전에서 번번이 고립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으로부터는 어떤 이익을 뺏어오고, 중국으로부턴 어떤 이익을 가져올지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피해만 보지 않으려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온 감이 있다"며 "정작 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꾀할 때는 우리만 뒤로 빠지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중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선택의 폭은 오히려 넓다"며 "좀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0일부터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9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이어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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