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자주국방 포기.."10월24일은 軍恥日"

김태훈 기자 2014. 10. 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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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사실상 무기한 연기..군 주권 포기 논란

우리나라와 미국은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제46차 안보협의회를 열고 내년 12월 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즉 전작권 환수 시점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습니다. 전작권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을 지휘하는 권한입니다.

군의 주권이자, 자주국방의 요체입니다. 현재 미군 손에 있는 우리 군의 주권인 전작권을 구체적인 환수 시기조차 못 박지 않고 여러 가지 조건만 단 채 사실상 무기한 미군에 주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 군이 주권을 포기한 것이자 자주국방할 실력이 없음을 만천하에 공포한 날입니다. 수치스러운 날입니다.

강력하고 흉포한 북한군의 힘이 대한민국 국군보다 강해서 국군이 혼자 힘으로 북한군에 맞설 능력이 없다는 사실, 믿기 싫지만 인정해야겠습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났습니까. 그동안 우리 군은 뭐 했습니까. 능력이 안되면 자주국방하겠다는 의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 역시 이번 안보협의회 논의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군은 구걸하듯 미국 측에 전작권 환수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미군도 사실상 군 통수권인 전작권을 우리 군에 넘기기 싫었으니 선심 쓰듯 우리 측의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10월 24일은 대한민국의 군치일(軍恥日)로 기록돼야 마땅합니다.

● 전작권 환수 사실상 무기한 연기

한미 안보협의회는 전작권 환수를 조건에 기초한다고 합의한다고 했습니다.

그 조건이란 것은

1.안정적인 전작권 전화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2.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 및

미국의 보완.지속 능력 제공

3.국지도발과 전면전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 능력 구비 및

미국의 확장 억제 수단과 전략 자산 제공 및 운영입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갖춰지고 북한과 동북아의 안정이 찾아오면 전작권을 우리 군이 갖는다는 겁니다.

우리 군의 대응 능력이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와 킬 체인의 완성입니다. 2020년대 중반이 구축 목표입니다. 그럼 10년 쯤 뒤엔 KAMD와 킬 체인이 완성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방어 능력이 완벽해질까요. 이번 국감에서도 드러났듯이 KAMD와 킬 체인은 북한의 이동형 발사체를 탐지하지도 격파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펀치는 이동형이 주류입니다. KAMD와 킬 체인을 구축한다고 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2020년대 중반까지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 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2020년대 중반이 되면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이 못 미친다는 말이 나올 것입니다. 전작권을 갖고 올 조건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은 언제쯤 안정될까요. 한반도 안보 환경이 좋아진다는 것은 남북 통일을 말합니다. 통일돼야 전작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통일이 돼도 동북아가 시끄러우면 전작권 못 갖고 옵니다. 즉 사실상 영원히 우리의 군 통수권을 미국에 주자는 겁니다.

●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전작권

6.25 전쟁 발발 19일 만인 1950년 7월 14일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습니다. 전작권 상실의 시작점입니다. 작전지휘권은 이후에 작전통제권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8년엔 작전통제권이 유엔군 사령관에서 한미연합 사령관으로 이전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인 1994년 어렵사리 평시작전통제권, 이른바 평작권을 환수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제2의 창군"이라며 평작권 환수를 환영했습니다. 그때 국방부는 2000년까지 전작권도 환수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세월이 훌쩍 지나 2006년 9월이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전작권 전환 약속을 받아냅니다. 이듬해인 2007년 2월 23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2년 4월로 못 박습니다. 드디어 전작권을 우리 군이 쥐고 자주국방하는 날이 오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12년 11월 5일 외교안보통일 공약을 발표하면서 "2015년에 전작권을 차질없이 환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시기 재검토 발표가 나오더니 오늘 전작권을 미국에게 완전히 내줬습니다. 언제나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을까요. 확전을 우려하는 미군의 눈치 안보고 북한군 도발을 응징할 수 있는 날은 오기나 할까요. 오늘 아침 국방부에서 만난 젊은 군인들 표정이 어둡습니다.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사실상 무기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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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진전시 주한미군 감축" 미국 발언 파장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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