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근처도 못 간 '로봇 물고기', 세금 57억원 날렸다

남궁욱 2014. 7. 30. 22: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수질 악화는 4대강 사업 시작 전부터 예상됐던 건데요, 오프닝에서 말씀드린 로봇 물고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로봇물고기를 투입해서 수질오염을 감시하겠다" 이렇게 밝혔었죠. 하지만 오늘 감사원은 이 로봇물고기가 제대로 개발조차 안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 취재기자와 함께 상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정치부 남궁욱 기자 나왔습니다. 우선 감사원의 오늘(30일) 발표 간략히 요약해주시죠.

[기자]

한 마디로 "정부 산하 연구원이 지난해 6월에 다 만들었다고 발표했던 로봇 물고기가 정작 감사를 해보니 발표했던 성능에 크게 못 미치더라" 이건데요.이게 그 감사 내용입니다. 제일 이해가 쉬운 유영속도, 그러니까 수영속도를 보시면 당초 목표는 초속 2.5m를 헤엄칠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 또 개발 결과 그 성과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걸 알 수 있습니다.그런데 사실 개발기관의 내부 평가에선 1초에 1.94m만 갔는데 이걸 부풀린 걸 확인했다는 거고 더 놀라운 사실은 감사원에서 실측을 해보니 1초에 고작 0.23m, 그러니까 23㎝밖에 못 갔다는 겁니다.

거의 물에 떠다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통신 속도나 통신 거리를 보면 설정했던 목표, 달성했다던 발표에 비해 1/24, 1/10 이런 식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물고기가 물속을 유영하며 강의 수질을 측정해서 전송하면, 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한다는 것이 목표였잖아요? 그런데 위의 자료대로 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4대강 중에는 강폭이 50m가 넘는 곳이 있는데, 통신 거리가 50m밖에 안 된다고 하면 양쪽 강변에 통신센터를 설치하지 않으면 송신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앵커]

로봇물고기는 처음부터 '이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이냐' 하는 얘기들이 나왔는데, 결국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5년 만에 결론 나고 말았네요. 그럼 이 로봇물고기 개발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좀 따져봐야 할 텐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에 직접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2009년에 TV에 직접 출연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겠다면서 야심차게 발표했는데요.당시 모습 보시죠.[이명박 전 대통령/'대통령과의 대화'(2009년 11월 27일) : 저것은 로봇입니다. 고기와 같은 로봇인데 이것이 강변에 다니면서 수질이 나쁜 데가 있으면 바로 중앙센터에 보고합니다. 그러니까 고기 하고 같이 노는 거죠, 이게. 로봇이랑 똑같이 생겼으니까. 이것은 낚시를 해도 낚시는 물지 않습니다.]

당시에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약속한 로봇 물고기 관련 계획은 2012년 4대강 공사 완공과 동시에 투입해서 바로 수질 감시를 한다는 거였습니다.

[앵커]

개발 완료 발표 자체가 지난해 6월로 늦었던 거고 그나마 개발품이란 것도 성능이 형편없었다는 게 오늘 감사 결과인 건데, 그럼 4대강에 투입된 건 그동안 당연히 없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오늘 감사원은 정말 황당한 발표를 했는데요. 그 얘기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박완기/감사원 전략감사단 제1과장 : (개발했다는 로봇물고기) 9대 중에서 저희가 감사할 때 실제로 작동 가능한 게 2대밖에 없었습니다. 7개는 고장이 난 상태에 있었고. (나머지) 2대 중에서도, 저희가 실제 테스트를 3월에 했는데, 3월에 할 때 1대는 그마저 고장이 나 더 이상 운영 불가한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현재까지도 실제 4대강에 들어가서 역할한 건 없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결국 오늘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이 약속했던 4대강 지킴이 로봇 물고기는 상상 속의 동물이었던 셈입니다.

[앵커]

그러면 시제품으로 만든 것도 없나요?

들으신 것처럼 총 9대를 만들었는데요, 감사원이 감사하러 나가 보니 이미 7대는 망가져 있었고, 남은 2대 중 실측 과정에서 1대가 또 망가졌다는 겁니다.

저 물고기는 원래 3대 이상이 편대 유형으로 정보를 수집하게 되어 있는데요, 1대밖에 멀쩡한 게 없어서 편대 유형이 가능한지조차도 시험해보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입니다.

[앵커]

예산이 얼마나 들어갔습니까?

[기자]

원래 이명박 정부가 저 물고기 개발에 쏟으려던 예산은 250억 원이었습니다.하지만 2010년 예산 심사 때부터 야당은 물론이고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조차 "원래 개발하려던 건데 4대강 사업에 끼워 넣어서 곤란해졌다"고 인정하면서 예산을 대폭 삭감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이 많이 줄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물고기를 만드는 데 든 혈세가 무려 57억 원입니다.

[앵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예산 부정사용까지 있었다고요?

[기자]

예, 오늘 발표에서 감사원은 연구 기관에서 이 예산 중 8,000여만 원을 부정사용한 내용을 적발해서 책임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