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민정수석, 검사시절 맥주병으로 기자 머리 내리쳐

2014. 6. 1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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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3년 전 술자리서 맥주병 산산조각 "평생 못잊어…트라우마도" "반성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무너진 국가시스템을 개조하겠다며 교체한 청와대 핵심 인사 중 한 사람인 신임 민정수석이 검사 시절 만취한 상태에서 동석한 기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기자가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해당 맥주병은 개봉되지도 않은 상태였으며 산산조각 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피해 기자는 고소와 같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한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991년 10~11월 경 자신을 포함한 공안부 검사 4명과 검찰 출입기자 3명 등 모두 7명과 함께 당시 서울지검 앞의 한 보쌈집에서 저녁식사를 가졌다. 이후 2차로 자리를 이동, 카페에서 술자리를 하면서 동석한 한 중앙일간지 A기자에게 맥주병으로 폭행했다고 A기자와 김 수석 본인이 밝혔다.

A기자 등에 따르면, 그날 김 수석은 2차 술자리에서 이미 만취한 상태였고 A기자에게 술을 강권해 '왜 계속 술을 권하냐'고 하다 이를 받아 마신 뒤 자신에게 한마디한 A기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쳤다. A기자는 뚜껑을 따지도 않은 맥주병이었으며, 정확히 정수리 쪽에 맞으면서 병이 박살나고 주변에서 말리는 등 당시 술자리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전했다. 폭행을 당한 A기자의 머리에는 피가 나지 않았지만 나중에 머리가 부어올라 사건 이틀 뒤 병원에 입원해 4~5일 정도 있다가 퇴원했다.

A기자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으로, 평생을 그것 때문에 피해자로 살아왔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있다"며 "잘못한 것도 없는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맥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그 당시엔 뇌에 큰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그 후유증이 언제 나타날지 모른채 지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에 내가 고소했어야 하는 문제였지만,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주위의 설득도 있어서 그냥 덮고 넘어갔던 문제"라며 "지금와서 다시 그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나로서도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김영한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2010년 7월 15일 수원지검장 시절.ⓒ연합뉴스

가해자였던 검사가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것에 대해 A기자는 "능력 등이 검증됐으니 된 것 아니겠느냐"며 "엄중하고 위중한 자리에 가게 됐으니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민정을 잘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A기자는 "모든 사실은 사실대로 남아야 한다"며 "큰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마당에 더 이상 사실조차 왜곡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은 1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자신이 맥주병으로 A기자의 머리를 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다 사실"이라며 "서로 상황이 그렇게 돼 개인적인 일로 사과하고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기자는 대구지역 후배이기도 하고, (사실관계에 대한) 별다른 변명은 안하겠다"며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이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사과 여부에 대해 김 수석은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고 푼 것"이라면서도 "A기자가 사건 이후에 만나자고 해도 내가 좀 쑥스러워 자주 만난 것 같지는 않다. 23년 전 일인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만취상태의 술자리라 해도 맥주병으로 사람의 머리를 내리칠 정도의 절제도 되지 않으면서 민심의 전달과 청와대 사정, 검찰과의 협력 등 중책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김 수석은 "깊이 반성하고,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수석은 1957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경북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검사로 임관해 주로 공안부 검사로 재직했으며, 청주지검장, 대구지검장, 수원지검장, 대검 강력부장 등을 거쳤다. 그는 지난 2012년 7월 검찰을 떠난지 한 달 만에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있다가 지난 12일 청와대 민정수석에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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