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유세차 없는 선거로 시민 마음 얻어.. 우리 정치의 상징적 변화"
박원순 서울시장(58)은 15일 "유세차 없이 선거를 했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상징적 전환"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운동화와 배낭으로 상징되는 선거운동이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서 중간지대에 있는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원순식 선거운동'과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우리 정치의 '상징적 변화'로 매김한 것이다. 박 시장은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박제화된 자기만의 정치가 정치냐"라고도 했다.
그는 "사실 어디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늘 잠이 안 온다"면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용 허가 여부는) 지금부터 분야별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정책 분야 질문에는 빨간 펜으로 종이에 써가면서까지 길게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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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
▲ 이념의 시대는 갔다… 정규직화·반값 등록금 등 실용적 정책 중요시민 마음 못 얻고 고립 자초한 여의도식 '자기만의 정치'가 정치냐
- 큰 표차 당선 요인은.
"1기 시정의 성취와 정책 방향, 인물 평가를 해주신 것 같다. 우리 시대를 바라보는 철학적 태도가 달랐다. 상대 후보는 개발에 터 잡은 발전을 주장했지만, (저는) 1970년대형 막개발보다 삶의 질 등을 기초로 했다."
- 이미지 정치나 반(反)정치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가 무엇인가.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통을 경청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 시민 마음을 얻지 못하고 시민의 소리에 문을 닫고 고립을 자초하는 게 정치냐.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박제화된 자기만의 정치가 정치냐."
- 차기 대선 주자 1위다. 다음 대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제 관점은 향후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다. 관측할 게 아니라 실행해야 한다. 서울시장에 전념해 서울시를 반듯한 도시로 만드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행위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실천하는 게 제 역할이고 미래이고 사명이다."
- 왜 국민들은 박원순을 주목한다고 보나.
"허튼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보다 서울시정에 전념한 모습이 역설적으로 지지와 주목을 받았다. 정치 하려면 20대에 출마도 했었을 거고, 40~50대에는 청와대 수석도 했을 거다. 요청이 있었으니까…."
- 안철수 대표에게 진 '빚'은 다 갚았나.
"빚이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 (안 대표) 양보에 대해 서울시장으로서 아주 잘했다, 이렇게 되면 갚는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재선에 압도적으로 당선됐으니까 굉장히 만족할 거라 생각한다. 안 대표와 저는 한 정당의, 같이 배를 타고 있는 입장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된 게 장점을 가리는 거 아니냐.
"이미 당 소속이니 함께 올라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장남 효자론'을 말했다. 서울시장 잘해 당 지지도도 반등시키는 게 중요하다. 부모님이 가난해졌다고 슬퍼하기보다 장남이 밖에 나가 돈 많이 벌어 집을 중흥하는 길이 있지 않나."
- 당 노선은 어떻게 가야 하나.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진보냐 보수냐 너무 추상적 논쟁만 많이 하는 거 같다. 구체적인 작은 정책들을 실증적·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값 등록금 등 진보적 관점의 정책들을 지체없이 실현시켰다. 그러면서도 보수의 좋은 정책도 가져왔다. 이번 강남 3구의 투표 등도 큰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풀 것인가.
"중앙정부가 권한과 예산을 갖고 있어 저희들이 짝사랑하는 관계다. 민선 5기를 종료하면서 지방자치도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야 한다.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게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
- 문창극 총리 지명자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미 언론과 국민들이 지적하는 바가 있는데, 제가 굳이 숟가락 더 올릴 필요는 없다."
- 이번에 내세운 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은.
"현직 시장이었던 만큼 충분히 검토했다. 지하철 적자는 요금인상만으로 할 수 없으니 홍콩이나 도쿄처럼 요금 의존도를 줄이고 아케이드 등 임대수입을 늘려야 한다."
- 선거에서 상대 후보는 박 시장이 '아무것도 안 한다'고 공격했다.
"우리 시대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1970년대형 난개발이나 고속성장, 건설에 기초한 경기 유지, 물질주의와 탐욕 중심의 기업 행태 등에 대해강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세월호 참사도 없던 일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가 응축돼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개발반대론자는 아니다. 턱없는 난개발이나 예산 낭비, 전시 행정을 반대하는 것이다."
- 지난 임기 중에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향후 안전대책은.
"서울시는 1000만명이 좁은 영역에서 살고 있다보니 다중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하철도 그렇고, 다중 이용시설도 많고, 초고층 건물도 많다. 사실 늘 잠이 안 온다. 어디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지난번 발표한 10대 지하철 안전공약과 서울시 10대 안전공약을 잘 지켜서 훨씬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우선적으로 같이하고 싶은 정책은.
"문용린 교육감과는 많은 부분을 협력했지만, 딱 두 가지가 문제였다. 하나가 급식시스템인데 오세훈 시장 때 공정택 교육감과 합의해 만든 친환경 유통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갔다. 두 번째는 혁신학교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를 억제했다. 조 교육감은 이 부분에 의견이 같을 거라고 본다."
< 김진우·배문규 기자 jw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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