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2년 전엔 '극우발언' 공천 취소.. 문창극은 어떻게?
[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을 보도한 11일 KBS 9시뉴스 화면. |
ⓒ 권우성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일제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고, '제주 4·3 항쟁'을 폭동으로 폄훼한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자신이 장로로 있는 서울의 한 교회 특강에서 한 발언들이다. 그는 이 강연에서 친일파를 높게 평가하거나 우리 민족을 폄훼하는 발언까지 했다.(관련기사 : "일제 식민지배·남북분단 하나님 뜻...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한 게 민족 DNA")
국정 운영의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에 걸맞지 않은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문 후보자는 지난 2010년 기명칼럼 '수치의 옷을 이제는 벗자'에서도 "제국주의가 요동치던 세계사적 입장에서 볼 때 약소국인 조선은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 모른다"라며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일본만을 탓하며 지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2년 전 '제주 4.3 항쟁=폭동' 공천 취소... 당시 공천위원장은 정홍원 총리
그러나 문 후보자는 물러설 의사가 없다. 그는 이날 해당 발언 취지를 묻는 질문에 "여기서 대답할 수 없고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에게 또 다시 공이 넘어간 셈이다.
박 대통령이 '극우본색'에 이어, 왜곡된 역사인식마저 드러낸 문 후보자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있다.
바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던 2012년 총선 때다. 당시 새누리당은 역사인식 논란을 야기한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와 박상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에 대한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강남을·갑에 각각 공천됐다.
그러나 이 공동대표는 제주 4.3 항쟁을 '공산주의자 폭동'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으로 폄훼하는 영문책자를 국제학술회의장에서 발표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부회장의 경우, 자신의 저서에 "사실 독립군은 소규모 테러단체 수준", "한일합방 조약은 제3자가 보았을 때 한국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등으로 기술한 사실이 드러났다. 모두 왜곡된 역사인식을 노출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김종인·이상돈·이준석 등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은 두 사람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공천위)는 두 사람에 대한 공천을 철회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새누리당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었고, 공천위원장은 정홍원 현 국무총리이었다. (관련기사 : 새누리당, '극우발언' 이영조-박상일 후보 공천 취소)
하태경 "광주 5.18과 달리 제주 4.3은 무장폭동 맞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 때와는 다르게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으로 중도하차 한 상황에서, 문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후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가대개조'는 그 시작부터 흔들린다.
실제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창극 총리 후보가 제주 4.3을 폭동이라 규정한 것은 지당한 얘기"라며 "광주 5.18과 달리 제주에서 48년 4월 3일 발생한 일은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했다. 또 "4.3을 민중항쟁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국회대표연설을 준비하다가 속보로 접한 문창극 내정자의 망언"이라며 "아! 이 일을 어찌하나요? 대한민국 총리후보인가? 조선총독부 총독의 발언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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