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현장을 가다] 대구민심은
6ㆍ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22일. 대구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는 하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가 새겨진 새누리당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이 거리에서 홍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돕자'는 새누리당 구의원들 말을 듣고 있던 상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수득 씨(56)는 "옛날에는 한나라당만 달고 나오면 무조건 찍어줬는데 대구는 이제 안 그렇다"며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은 못 했지만 이제는 사람을 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여권 후보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 민심이 예전 같지는 않다. 대구시장 선거에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나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난 17~19일 대구 거주 성인 80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 12.2%)에서 권 후보가 41.3%로 김 후보(29.7%)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지난 22~23일 이틀간 대구 거주 성인 86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응답률 1.15%)에서는 권 후보가 44.5%, 김 후보가 43.7%로 박빙이었다. 2010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김범일 한나라당 후보가 72.92%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보수 집권당의 표밭이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이유는 '살기가 팍팍해서'라고 시민들은 입을 모은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 김 모씨(53)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요"라면서도 "누구를 뽑아줘도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진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1566만원으로 전국 광역시ㆍ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반면 불황이기 때문에 보수 집권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달서구 도원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수도 씨(70)는 "그동안 한나라당 출신 시장들이 잘한 건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투표하면 '힘들 때는 그래도 여당을 찍자'하면서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상인동 한 백화점에서 만난 이 모씨(69)는 "그래도 새누리당을 찍어야지"라며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해 사과를 하면서 우는 것을 보니 참 불쌍하더라"고 말했다. 김부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20ㆍ30대 젊은 층이다. 남구 대명동에서 만난 김 모씨(26)는 "김 후보 딸이 연예인으로 활동하고 좀 더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며 "복지공약도 내세우고 있어 와 닿는다"고 했다. 달서구 두류공원 인근에서 만난 이현정 씨(33)는 "김 후보가 (지난 총선 때 출마했던) 수성구에서 잘했기 때문에 평이 참 좋다"며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내비쳤다.
두 후보는 매일경제와 서면 인터뷰하면서 대구 발전이 지체됐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 그러면서도 대구를 바꿀 시장 후보로 자신이 적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 출신 대통령도 나오고 (경기가) 좀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서민들 먹고사는 것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중견기업, 강소기업을 늘려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문제를 시정의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당선 시 가장 먼저 할 일에 대해서 김 후보는 "시내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대구가 그동안 여당 텃밭으로 있으면서 새누리당의 무풍지대가 돼왔다"며 "지역발전이 없는 것에 대한 시민의 불만과 실망을 팽배한데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당선 시 최우선 과제로 권 후보는 "안전대책은 물론 일자리 창출 대책회의를 통해 경기 침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