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새벽 첫 버스 타신 분들 우렁각시같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후보등록 이틀째인 16일 새벽부터 첫출근 버스를 타며 본격적인 선거유세에 들어갔다.박 후보는 이날 오전 4시 강북구 구세군강북종합복지센터 앞 정류장에서 노량진수산시장행 152번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길 시민들과 만났다.
승객 3분의 2는 60~70대 고령으로 대부분 을지로나 종로 일대의 건물에서 청소나 세탁 등의 일을 하는 이들이다. 대다수가 직고용보다는 간접고용(용역) 형태로 일한다.
곤색 양복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박 후보는 가슴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승객 한명 한명에게 일일이 안부를 물었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승차하면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고 서서 손잡이를 잡은 채 고개 숙여 대화를 나눴다.
승객 중에는 60~70대 여성들의 호응이 높았다. 이들은 "웬일이야, 박원순이야"라며 놀라며 손뼉을 쳤다.
박 후보와 반갑게 악수를 한 곽행자(70) 할머니는 "시장 보니 좋다. 여론조사에서도 시장 다 좋아해. 동료들도 다 좋아한다. 세상에 이렇게 일찍…"이라며 웃었다.
인사치례가 한바퀴 돌자 민원이 쏟아졌다.
한 할아버지는 "여기 탄 게 나이든 양반들인데 기본급이 너무 적다"며 "나도 90만원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아버지는 "노동자들이 제일 불쌍하다"며 "5일제 좀 실시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신설동에 있는 회사에서 세탁일을 한다는 한 할머니는 앉을 자리가 없어 불편하지 않느냐는 "누가 어디서 내리는지 다 안다. 그 앞에서 기다리다 앉는다"고 혼잡한 버스에서 자리에 앉는 비결을 소개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 버스 요금이 1050원이다. 이 새벽엔 지하철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 지하철을 타면 공짜인데 시장이 되면 좀 더 일찍 지하철 운행을 하게하면 안 될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세상이 메말라서 젊은 사람들은 자리를 양보 안 한다"며 "이런 세상을 바꿔줄 시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시립보라매 병원으로 출근한다는 중년 여성과는 최근 불거진 이 병원 임산부 간호사 해고논란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박 후보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비정규직에 있다고 보고 "저희들은 용역보다는 직고용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선이 되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한층 더 관심을 쏟을 것을 약속했다.
오전 3시30분 잠에서 깨 4시께 첫차를 탄다는 한 70대 여성은 박 후보를 따르는 10여명의 취재진 때문에 차내가 혼잡하고 운행속도가 느려지자 "시장님이 타니까 솔직히 좀 불편하다"고 대놓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박 후보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그래도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들으려고 한다"고 말하자 "사람이 솔직히 말해서 좋다. 투표 안 하려고 했는데 박 시장을 보니까 투표를 해야겠다"고 웃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차가 이렇게 3~4분이 늦으면 뛰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자 "시장이 직접 얘기를 들어주니까 오늘은 기분좋게 뛰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승객들의 겪는 불편에 대해 "저 때문에 늦었다면 죄송하다"며 자신의 이름이 담긴 명함을 일일이 건네주고는 "저 때문에 늦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해 폭소를 자아냈다.
박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미 2년 7개월 동안 시정을 했다. (오늘도)시정의 연속적인 느낌"이라며 "현장을 많이 다녔는데 성북에서도 그렇고 3번 정도 첫 차를 탔다"고 회상했다.
이어 "(첫차 승객들은)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들 오기 전에 일 마쳐야하는 사람들이다. 청소 용역, 경비하러 가시는 분들이 보통 첫 버스에 가득찬다"며 "우리사회가 돌아가게 남 모르는 사이에 일 하시는 분들, 우렁각시같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오전 5시께 노량수산시장에 도착한 뒤 40여분 동안 시장 골목골목을 돌며 새벽 어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인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이날 새벽 일정을 마쳤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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