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원 구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잠수함 지원자 반토막
지원자 급감에 해군, 일시금 600만원 지급제도 도입
"애국심 호소만으론 한계.. 획기적 인센티브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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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선 기자] 1941년 잠수함에 승조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특전 U-보트(Das Boot·1981년작)'. 극중 인물인 종군기자 베르너 중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승선한다. 한 승조원이 열악한 환경을 소개한다. "사람은 50명인데 화장실은 하나요." "한 침대에 두 사람이 배정돼 있소. 한 사람이 근무할 때 나머지 한 사람은 전 사람의 체취를 맡으며 자는 거요."
대한민국 건국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위험 부담 때문에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는 군인이 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80%까지 치솟았던 부사관 지원율은 3년만에 반토막(2013년 36.9%)이 났다. 잠수함 근무자 10명 중 6명은 지원이 아닌 징집으로 충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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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잠수함 승조 부사관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7.3%였던 부사관 잠수함 근무 지원율은 이듬해 51.2%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지원율은 2009년 57.9%, 2011년 41.7%, 2012년 32.7%, 2013년 36.9%로 감소 추세다. 다만 2010년 지원율은 이례적으로 80%로 치솟았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직후 지원자가 몰린 때문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잠수함 근무 기피의 주원인이다. 1회 임무가 약 25일에 달하고 연평균 작전일수는 140일에 달한다. 밀폐되고 협소한 수중 공간에서 1년의 절반 가량을 보내는 것이다. 여유 공간이 없다보니 잠수함 근무자의 하루 운동량은 육상 근무자 운동량(7200걸음)의 14분의 1 수준인 500걸음에 불과하다.
공기 또한 잠수함이라는 특성 때문에 산소량이 많게는 3% 부족하고, 이산화탄소량은 정상적인 공기보다 30배나 많다. 승조원은 20명당 1명이 같은 화장실·세면장을 이용한다. 부식 공간이 좁아 조리환경도 열악하다. 30평대 아파트에서 40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해군 관계자는 "부사관들 중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수상함과 잠수함에 근무하는 부사관의 삶의 질은 편차가 상당히 크다"며 "잠수함은 환기가 잘되지 않다보니 생활하면서 몸에 배는 냄새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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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지원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지자 해군은 올해부터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장교와 부사관들에게 일시금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반 수상함보다 70% 가량 많은 함정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도 기피 현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해군이 기존 잠수함 근무자들에겐 일시금 지급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인력의 추가 유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매년 잠수함 근무 부사관의 20~30%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잠수함 근무자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근무 부사관 인력 확보 문제는 해군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예전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통했다면 요즘은 강요만 할 수 없는 세대가 함정에 타는 것"이라며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 (bestgiz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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