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조원 구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잠수함 지원자 반토막

최선 2014. 4.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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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지원자 2010년 80%서 2013년 39.6%로 줄어
지원자 급감에 해군, 일시금 600만원 지급제도 도입
"애국심 호소만으론 한계.. 획기적 인센티브 있어야"

잠수함 승조 부사관 지원율이 급감해 해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동 중인 해군의 214급(1800톤급) 잠수함. (사진=해군)

[이데일리 최선 기자] 1941년 잠수함에 승조원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 '특전 U-보트(Das Boot·1981년작)'. 극중 인물인 종군기자 베르너 중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승선한다. 한 승조원이 열악한 환경을 소개한다. "사람은 50명인데 화장실은 하나요." "한 침대에 두 사람이 배정돼 있소. 한 사람이 근무할 때 나머지 한 사람은 전 사람의 체취를 맡으며 자는 거요."

대한민국 건국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위험 부담 때문에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는 군인이 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80%까지 치솟았던 부사관 지원율은 3년만에 반토막(2013년 36.9%)이 났다. 잠수함 근무자 10명 중 6명은 지원이 아닌 징집으로 충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해군의 '잠수함 승조 부사관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7.3%였던 부사관 잠수함 근무 지원율은 이듬해 51.2%로 떨어졌다. 이후로도 지원율은 2009년 57.9%, 2011년 41.7%, 2012년 32.7%, 2013년 36.9%로 감소 추세다. 다만 2010년 지원율은 이례적으로 80%로 치솟았다.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직후 지원자가 몰린 때문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잠수함 근무 기피의 주원인이다. 1회 임무가 약 25일에 달하고 연평균 작전일수는 140일에 달한다. 밀폐되고 협소한 수중 공간에서 1년의 절반 가량을 보내는 것이다. 여유 공간이 없다보니 잠수함 근무자의 하루 운동량은 육상 근무자 운동량(7200걸음)의 14분의 1 수준인 500걸음에 불과하다.

공기 또한 잠수함이라는 특성 때문에 산소량이 많게는 3% 부족하고, 이산화탄소량은 정상적인 공기보다 30배나 많다. 승조원은 20명당 1명이 같은 화장실·세면장을 이용한다. 부식 공간이 좁아 조리환경도 열악하다. 30평대 아파트에서 40명이 살고 있는 셈이다.

해군 관계자는 "부사관들 중 잠수함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수상함과 잠수함에 근무하는 부사관의 삶의 질은 편차가 상당히 크다"며 "잠수함은 환기가 잘되지 않다보니 생활하면서 몸에 배는 냄새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잠수함 승조원의 긴장감과 공포를 그린 영화 '특전 U-보트'의 한 장면.

부사관 지원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지자 해군은 올해부터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장교와 부사관들에게 일시금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반 수상함보다 70% 가량 많은 함정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도 기피 현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해군이 기존 잠수함 근무자들에겐 일시금 지급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인력의 추가 유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매년 잠수함 근무 부사관의 20~30%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잠수함 근무자에 대한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근무 부사관 인력 확보 문제는 해군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예전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통했다면 요즘은 강요만 할 수 없는 세대가 함정에 타는 것"이라며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분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선 (bestgiz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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