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다리 더듬고, 가슴 만지고.."

2014. 3. 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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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살 여군' 오 대위의 친구, 재판에서 당시 상황 대신 증언

'다 찔러' 조언에 "노 소령 아버지가 장성 출신…소용없다"

"여군 여군 여군!그놈의 여군 비하 발언 듣기 싫고 거북했습니다. 제 억울함 제발 좀 풀어주세요. 누구라도. 저는 명예가 중요한 이 나라의 장교입니다."(오아무개 대위 유서 중)

2013년 10월15일. 오 대위는 부대 인근의 강원도 화천군 청소년 야영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음악을 틀어놓은 채 한 시간 반 동안 흐느껴 울었다.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자동차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25일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오 대위의 일기와 유서 전문, 그리고 공판에서의 가족, 친구, 동료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오 대위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직속상관인 노아무개 소령의 가혹 행위와 성폭력의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월17일 오 대위의 컴퓨터 메모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극으로 치닫는 모욕…. (부하) 병사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고, 그러면서 하나를 넘어가질 않는다. 말투, 자세, 업무, 지식, 태도 다 맘에 안 드시나 보다. 진짜 미래가 없다"고 적혀 있다.

노 소령의 성폭력과 모욕은 업무에서의 부당한 지시와 함께 나타났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빽하시거나 찢어버리시니까"(2013년 2월15일) 등 관련 내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심지어 노 소령은 불교 신자인 오 대위에게 매주 교회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무엇보다 오 대위를 힘들게 한 것은 여성 차별적 모욕이었다. 노 소령은 "이래서 여군은 쓰는 것이 아니다. 너 같은 새끼가 일을 하니까 군대가 욕을 먹는다"는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냈다.

노 소령이 성관계를 언급한 2013년 7월12일, 오 대위는 같은 사건을 업무용 컴퓨터와 일기에 모두 남겼다. 컴퓨터 메모엔 "자는 시간 빼고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 그 의도도 모르나? 같이 자야지 아나? 같이 잘까? (힐끔 반응 보더니) 나도 원하지 않아. 그러면 실무자와 참모 관계가 안 되니까"라는 노 소령의 발언이 그대로 적혀 있다. 같은 날 일기엔 "'나랑 잘래?', 이건 심하지 않은가. 치욕적이다. 저 사람은 도대체 날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런 저질 비(B)급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 것일까?"라는 오 대위의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 있다.

재판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들은 오 대위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대신 증언했다. 오 대위의 아버지는 "회식 자리에서 참모(노 소령)가 '하룻밤만 자면 군대 생활 편하게 할 건데 그 의도도 모르나?'라면서 성희롱을 하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친구 박아무개씨도 "'회식 자리에서 다리를 더듬고 노래방에서 안고 가슴 만지고 그런다고 너무 괴롭다'고 했다. '다 찔러'(다 보고해)라고 하니까 '군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고 그 사람 아버지가 장성 출신이라 빽 있으니 소용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소령은 오 대위의 업무에 대해 자주 지적했지만, 부서 동료들은 오 대위를 성실한 장교로 기억했다. 공판에서 동료들은 "야근, 주말 근무를 마다하지 않으며 병사들과 얘기도 많이 하는 좋은 사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분"이라고 진술했다.

노 소령 쪽에서는 여전히 오 대위의 자살이 남자친구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노 소령이 근무한 15사단의 부사단장은 오 대위 가족들에게 "한 무속인이 '저(오 대위)는 잘 있으니 노 소령을 풀어주라'고 했다"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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