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재인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주의 근간 흔들어.. 새정부 1년은 낙제점"

인터뷰 2013. 12. 27.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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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이후 한국일보와 첫 단독 인터뷰

대선 개입 의혹정부가 되레 대선불복 논란 키워특검에 맡기고 정쟁 매듭 지어야N L Lㆍ 대북정책대화록 통해 노무현 NLL 수호의지 확인대북특사 요청땐 초당적 협력할 것안철수 신당과의 연대는내년 지방선거 연대는 비현실적어렵다 싶을 때 힘모으는 방식 될 것코레일 파업 대안은참여정부 땐 2차 파업해서 원칙대응정부가 대화ㆍ협상 노력부터 해야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26일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는 동안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수 차례 언급했다. 문 의원은 또 "민주정부 10년간 우리가 얻었다고 생각한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한지 실감하고 있다"며 선거의 불공정을 지적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라는 기존의 주장도 거듭 반복했다. 대선 불복 논란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도리어 불복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의 1년 국정에 대해서도 "낙제점이다. 정부출범 첫 1년에 포부와 개혁과제를 이뤄나가는데 이 정부는 한 일이 없지 않은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화와 타협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

문 의원은 대선 패인에 대해서는 최근 발간된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밝힌 것처럼 '준비 부족과 실력 부족'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보와 경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화 '변호인'은 보셨나. 당시와 지금의 민주주의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부림사건 관계자들과 같이 보기로 했는데 아직 못 봤다. 1980년대 부림사건은 고문에 의한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이지만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 의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사회의 본질이 달라졌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갈 길이 멀다."

▲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보는 근거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이 대선에서 개입해 일종의 공작을 한 것이다. 선거후보 진영에서 부정한 선거운동을 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 근간이다. 지난 대선 때 국가기관들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규칙을 깬 것이고 동시에 불공정했다는 것이다."

▲ 댓글 사건이 대선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계량할 수는 없지만 한 표를 움직였든 몇 표를 움직였든 간에 불공정했다. 그렇다고 대선을 무효로 하자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대선불복이라면서 논의조차 못하도록 하지 않느냐. 반대하면 종북몰이까지 한다."

▲ 재야단체, 종교계 일각에선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

"사퇴 주장까지 오게 된 경과를 봐야 한다. 전 정부의 잘못인데 국정원을 바로 세우자는 요구를 외면하고 심지어 새누리당은 정당한 직무수행이었다고 우기면서 현 정부의 잘못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대선불복은 집권세력이 오히려 키워왔다. 하지만 (대통령 사퇴는) 우리 사회가 혼란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 상황을 피해야 하는 책무나 능력, 기회는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니 제발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및 이른바 '사초실종' 논란에 대해 "새누리당의 대화록 유출 파문을 보더라도 특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정원 대화록 공개 이후 원본 공개를 주장해 논란을 키웠는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정원이 궁지에 몰려 대화록 사본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의 것과 확인 대조하자는 요구였고 어쨌든 그런 대응을 통해 그나마 'NLL포기는 아니다' '대화록이 멀쩡히 존재한다'는 게 확인된 게 아닌가."

▲ 대화록에 나타나는 서해평화구상의 실체는 무엇인가.

"개성과 해주, 인천을 잇는 삼각 특별협력지대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해주는 군항이라서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민감한 곳인데 김정일 위원장이 과감히 개방을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대로 추진이 됐다면 바다 위의 개성공단이 하나 생기는 셈이었다."

▲ 새누리당 측의 유출 부분은 여전히 수사 답보상태다.

"특검 필요성이 제일 잘 드러나는 게 유출에 대한 수사가 아닌가 싶다. 국가기록원 미이관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은 사람(문 의원 본인)까지 소환했는데 유출한 혐의자는 서면조사로 그치려다 소환조사로 전환했다. 심지어 김무성 의원은 무혐의 가닥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면.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안함 사태 등 북한에 끌려가다 현 정부가 원칙을 주장하면서 끌려 다니지 않아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게 통하는 것은 잠시이고 성과를 내야 한다. 개성공단 오히려 멈췄다가 겨우 되살린 정도이고 이산가족상봉도 실현이 안됐다. DMZ평화공원도 좋지만 북한과의 협력 없이 가능한 일인가요."

▲ 박 대통령이 요청하면 대북특사로 나설 의향이 있나.

"구체적 역할을 갖고 논의하기 어렵지만 외교ㆍ안보ㆍ대북 문제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

문 의원은 <1219, 끝이 시작이다> 출간을 계기로 차기 대권도전에 나섰다는 당내 비판에 대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이른 이야기"라며 "정권교체의 토대가 된다면 만족할 수 있으며 불쏘시개로 쓰여져도 된다"고 말했다.

▲ 대선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차기 대권도전에 나섰다는 비판이 많다.

"정치 입문 불과 몇 달 만에 대선후보가 되었고 과분한 지지를 받았는데 정권교체 염원을 이루지 못한 점에서 큰 죄를 지었다. 하지만 죄송한 걸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대선을 위해 지난 대선을 거울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난 대선후보로서 남은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 책 제목 '끝이 시작이다'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 시작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선에서 이런 게 부족했으니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한 것이다. 국민께 드리는 대선 패배 보고서이자 일종의 고해성사다."

▲ 그래도 4년 뒤 역할이 주어지면 포기할 생각은 없지 않나.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4년 뒤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국민이 자연스럽게 선택해 줄 것이다."

▲ 손학규 상임고문은 친노진영의 배타성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고문의 말씀이 친노를 겨냥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당에 친노ㆍ비노의 구분이 없다. 김한길 지도부 출범 이후 친노가 세력적으로 무엇을 한 게 있나. 민주당 분열을 노린 프레임이다. 전당대회 때에는 후보 중심으로 세력이 뭉칠 수 있지만 평상시엔 현안을 두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존재한다."

▲ 차기 대선구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안철수 의원과 손 잡고 문 의원과 경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가 안 지사를 워낙 좋아해서 경쟁할 관계가 아니다. 안 지사는 민주당의 차세대 지도자이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 된다고 빨리 성장해서 밀어내는 게 바람직하겠죠. 얼마 전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 장자가 되겠다고 말했듯이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민주당 이탈 가능성은 전무하다."

문 의원은 정가 현안인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과 연대해야 하나.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꾸 민주당이 견제하려 들거나 발목 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 신당이 그 동안 민주당이 포용하지 못하는 분들까지 포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인 만큼 잘 되길 바라야 하지 않겠는가."

▲ 민주당과 신당이 일단 경쟁해야 한다는 건가.

"지방선거에서 곧바로 연대가 쉽겠나. 각자 따로 가면서 경쟁하는 단계를 거치다 보면 '이런 식으로 가면 서로 어려울 수 있다'는 반성도 나올 것이고 그럴 때 서로 힘을 모으는 식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적어도 다음 총선(2016년) 이전에는 그런 단계로 가길 바라고 있다."

▲ 지방선거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수도권 등에서 3자 구도로 인해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그건 지금 알 수 없는 거 아닌가. 우리 쪽에서도 야권이 분열되는 것인 만큼 위험하다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가 워낙 못하니까 예단할 수 없다."

▲ 코레일의 적자 개선을 위한 대안이 있나.

"김영삼 정부 이래로 철도는 관료들 사이에 오랫동안 민영화에 대한 도도한 흐름이 있었다. 대통령이 이야기해도 민영화 수순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수서발 KTX 자회사를 만들어 모회사와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인데 민영화 수순이 아니면 도대체 경쟁을 왜 하는 것인가. 흑자노선을 자회사로 보내면 철도공사는 더 큰 적자를 낼 뿐이다. 방만 경영이 문제라면 그것을 잡아야 한다."

▲ 참여정부에서도 철도파업에 강경 대응하지 않았나.

"2003년 1차 파업을 협상과 합의로 마무리했는데도 2차 파업을 벌였다. 그 때는 똑같이 할 수 없어서 원칙 대응했다. 지금도 대화와 협상 등의 노력을 하고 그것도 안 되면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

인터뷰=이영성 논설위원정리=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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