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의원 "내가 자격없다고? 박 대통령이 떼쓰기한다"
의원직 제명 등 공세에 "유권자 모독한 게 누구냐" 정면 반박…당내 갈등도 일축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현직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의원직 사퇴까지 주장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 사퇴 주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주장인데도 최근 박근혜 정권의 종북몰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개별적인 의원의 입장 표명마저도 유례없는 비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하나 의원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공세와 관련해 "대선 불복과 대통령 사퇴 주장이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 의원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국정원이 헌정 질서를 문란케 했던 부분에 대해서 새누리당의 비판과 성찰을 일체 볼 수 없었던 것 아니냐"며 "나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면 비판을 환영한다. 오히려 이 문제로 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장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특히 "대선 후보를 지낸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 모독과 대선 불복성 발언에 이어 소속 의원이 대선불복을 선언한 것에 대해 분명한 조치 없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계속 간다면, 겉으로는 대선불복 아니라면서 사실상 대통령을 무력화시켜 헌정 중단을 초래하려는 복심을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원내대표는 이어 "철 없는 초선의원의 치기어린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엄중한 사태다. 헌정질서 중단 사태로 결과 묵과할 수 없다"며 "100만표 이상 표차로 대통령을 당선시킨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비난했다.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장 의원의 징계 절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하나 의원은 의원직 사퇴를 포함한 국회 징계 절차에 대해 "새누리당의 공세는 예상했던 바이다. 제가 유권자를 모독했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국민들을 폄훼하고 모독하고 있고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대로라면 국정원이 유권자를 모독한 게 아니냐"라며 "저의 주장은 유권자를 모독하게 아니라 국민 뜻을 대신해서 선거에 공정하게 참여할 권리에 대해 주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특히 "검찰 수사 결과 부정선거로 확인이 되고 있는데 재판 판결을 보겠다는 것은 부정선거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지 아니면 부정선거는 인정하지만 수동적으로 결과를 지켜보자는 건지 오히려 새누리당의 입장이 궁금하다"면서 "재판부의 판결을 보겠다는 것은 통상 대통령 임기 말까지 가는 수순인데 일국의 대통령이 법적 책임만 지려고 하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내년 지방 선거에서 대통령 보궐 선거를 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남은 임기 4년 동안 계속되는 국론분열에 최대 피해자는 서민이고 민생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치하는 것은 청와대 책임"이라며 "지방선거 때 대통령 보궐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면 비용이 적게 들고 국론이 분열된 사안에 대해 종지부를 찍을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나는 몰랐으니까 부정선거 무효하는 것은 못한다'는 것은 떼쓰기 밖에 안된다. (보궐선거를 통해) 재신임을 얻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장하나 의원의 입장 표명으로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미 당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개인적인 입장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장 의원을 '개인적 일탈'로 내치는 모양새로 비치면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청년비례 장하나 의원이 대통령 사퇴와 보궐선거를 주창했다. 바닥 민심의 흐름도 걸러냈지만 무엇보다 용기가 대단하다"면서 "예상대로 민주당은 자기의원의 용기를 지켜주기는커녕 비난에 다름없는 입장을 표명했다. 새누리당과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궁금증만 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새누리당은 내일부터 '불복논쟁'을 전면화할테고 그러면 불법선거라는 본질은 흐려지고 장하나 의원은 집중공격 당할 것"이라며 "민주당 태도를 봐서는 단기전에선 이번에도 새누리당 승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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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나 의원이 8일 개인성명에 포함한 사진. @장하나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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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요즘 청와대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과 마찬가지로 당 내부에서도 장 의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원이기 때문에 조심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내 투쟁을 우선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비슷하다. 현재 민주당의 입장으로 봤을 때 장 의원의 주장을 당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관계자는 "모두가 하고 싶지만 공당이라는 이유로 하지 못했던 말을 한 것"이라며 장 의원의 소신 발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기 전 다른 의원들과 상의까지는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같이 목소리를 내면 좋을 것 같아 해 줄 것이라고 짐작했던 분들에게 물어봤는데 소위 대선불복으로 규정하는 것에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오히려 역풍이 불 것이라는 판단이 많았다. 하지만 부정적이라고 막지는 않았다"며 "밖에서 보는 것과 당의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돌출행동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미리 당직 자진 사퇴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안타깝고 잡아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말까지 들었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당내에서 사태의 엄중함에 대한 이견은 없다. 청와대가 걸핏하면 종북이라느니 공안정국을 조성해 가는 분위기 속에 당에 대한 불만이 없다. 최소한 새누리당처럼 아예 입막음을 하지는 않는다"며 "개인 성명이 나간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오히려 당당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당 전체에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일부 발언으로 본질이 흐려지긴 했지만 천주교 박창신 원로신부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주장은 야권이 감히 할 수 없었던 주장을 종교계가 대신해 희생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한마디로 쓴소리를 한 것인데 장하나 의원이 박창신 신부에 이어 박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것은 널리 퍼져 있는 대선불복 여론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안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 의원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 (부정선거라는 것이)명백해졌으니 이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혀야 하고 당연히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 것은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룰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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