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판하는 기사도 보게 될 것"

조현주 기자·정리 조혜지 인턴기자 2013. 9. 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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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전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5월 종합편성 채널 JTBC로 적을 옮겼다. 13년간 진행을 맡았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이하 < 시선집중 > )을 그만두며 "마이크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넉 달 만인 9월16일부터 JTBC < news9 > 앵커석에 앉기로 했다.

< 시사저널 > 의 '2013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에서 여전히 '손풍(孫風)'은 거셌다. 손 사장은 올해 47.1%의 지목률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길환영 KBS 사장(13.3%)과는 지목률이 34%포인트나 차이 났다. 9월11일 서울 중구 순화동 JTBC 사옥 보도담당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말쑥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에선 피로감이 묻어났다. 손 사장은 "올해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올해는 ( < 시사저널 > 조사에서) 지목률이 더 떨어질 줄 알았다. 이런 결과가 책임감과 부담감을 더 느끼게 한다"고 운을 뗐다.

ⓒ 시사저널 임준선

9년 연속 1위다. 게다가 지난해보다 지목률이 상승했다.

지목률이 올랐다는 것은 사실 의외다. 지난해까지는 진행하고 있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인 < 시선집중 > 의 영향력에 대해 말했지만 올해는 딱 집어서 해석하기 어려운 결과다. JTBC로 터전을 옮기면서 논란이 있었다. 나로서는 이곳(JTBC)에서 더 잘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실 올해는 이런 결과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지난해까지는 늘 해오던 일이 있었고 내가 해온 대로 계속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 매체가 달라졌고 그 사이 여러 논란도 겪었다. 그동안의 각오와는 또 다른 각오로, 해오던 대로가 아닌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상당하다.

' < 시선집중 > 을 진행하던 손석희'가 아니라 JTBC의 손석희가 됐다. 적응은 잘해가고 있나.

그만둔 지 넉 달 됐지만 일시에 떨쳐버리는 게 어렵지 않겠나. MBC는 내가 30년 동안이나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 MBC 건물이 있는 여의도에 찾아갈 정도다. 늘 다니던 미용실이 MBC 근처에 있기 때문이지만.(웃음) 나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 내가 1위에 오른 것 또한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 < 시선집중 > 을 진행하던 손석희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JTBC행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종편으로 간 것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다 소중한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진심이다. 지금은 어떤 의견이든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해 너무 급히 판단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니, 더 지켜봐주길 바란다.

보수 쪽이 우세했던 언론 지형이 종편 출범 이후 보수가 압도하는 형국이 됐다. 이런 상황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주도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웃음) 하지만 JTBC는 달리 볼 부분이 있다. 중앙일보의 오랜 지향점이 보수라고 하지만 JTBC는 열린 보수를 표방하면서 가능한 한 합리적인 논조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청률을 보고 판단을 내리면 (종편이) 보수적으로 가는 게 맞다. 시청률 조사를 해보면 보수적 논조를 펴는 종편의 시청률이 가장 높다. 높은 시청률에서 수익이 창출되는데 보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왜 안 하겠나. 하지만 생각해봐라. JTBC가 내게 (보도 논조를) 완전히 보수적으로 끌고 가자고 제안했을까. 그렇다면 내가 동의했을 것이라고 보나. 내가 결국 JTBC에 오게 된 것은 JTBC가 적어도 열린 보수뿐만 아니라 열린 진보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어려워 보이는 말이지만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JTBC 개편으로 9월16일부터 직접 앵커로 나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마이크를 놓겠다던 입장을 번복한 게 됐다. (JTBC) 와서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에 올 때도 그런 제안은 전혀 없었고 (앵커는 안 하겠다고) 재차 확인까지 하고 왔다. 하지만 결국 내가 나서서 하겠다고 했다. 마이크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다. 다만 내가 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뉴스 콘텐츠를 책임지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 결국 직접 앵커로 나서는 것밖에 없었다.

앵커를 다시 맡게 된 심정은 어떤가.

리허설을 해봤는데 정말 생소했다. 워낙 시스템이 달라지기도 했고, 내가 큐시트를 볼 줄도 모른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다. 제작진이 지금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양반 방송 첫날부터 사고치는 거 아닌가 하고.(웃음)

JTBC 보도에 앞으로 얼마나 변화가 생길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일부는 "JTBC에서 삼성을 비판할 수 있을 때 보도 기능 개혁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삼성 비판 기사 내보낼 수 있나.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부분은 고민 없이 답할 수 있다. 대체 어디까지 비판하는 기사를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삼성과 JTBC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과 편집권은 별개의 문제다. 얼마 전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된 다큐멘터리 < 천안함 프로젝트 > 와 관련된 보도도 내보냈다. 중앙일보 계열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의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보도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보도하라고 했고 JTBC에서는 스트레이트로 중계했다. 지난 넉 달 동안은 보도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것을 만들어가기 위해 정말 정신이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인프라를 갖췄으니 앞으로 '보도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더 충실하게 보도할 것이다.

2010년 < 시사저널 > 과 가진 인터뷰에서 '언제까지 < 시선집중 > 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물음에 "청취자에게 달렸다"고 답했다. < 시선집중 > 을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그때 답했던 부분도 반영된 것인가.

< 시선집중 > 을 그만둘 때 여전히 청취율 1위였기 때문에 그것이 계기였다고 답할 순 없다. 왜 떠났는지 명백한 이유를 말하려면 결국 MBC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그 부분은 내가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 MBC는 30년 동안 내 땀이고 피고 살이었다. 그곳을 아프게 하는 말들은 하고 싶지 않다. 왜 MBC를 떠났는지는 말할 수 없고, 왜 JTBC로 왔는지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게 나로서도 피곤한 일이다. 이해해달라.

조현주 기자·정리 조혜지 인턴기자 / cho@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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