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근혜 풍자냐 비하냐 .. 국립극단 연극 논란

최민우 입력 2013. 9. 12. 00:22 수정 2013. 9. 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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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낀 인물 등장해"딸이 점수 조작했다는데옛날 같으면 탱크로 확 .."연출가 "정치적 편향 맞다"

연극 '개구리'는 저승 세계에서 벌어지는 좌우 이념 대결을 다룬다. 선글라스를 낀 이(유승일)가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풍운'이다. [사진 국립극단]표현의 자유인가, 정치적 선동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화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깎아내리는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연극을 만든 게 일반 민간극단이 아닌, 국립극단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개구리'(박근형 각색·연출, 15일까지 서울 서계동 백성희장민호 극장)다. 국립극단이 기획한 '그리스 희극 3부작' 중 첫 번째로, 그리스 대표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원작자다.

 연출가 박근형(50)씨는 원작의 골격만 가져다 쓴 채 사실상 작품을 새로 만들었다. 배경을 2013년 대한민국으로 바꾸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위해 신부와 동자승이 '그분'을 찾아 저승에 가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서 '그분'이란 노무현 대통령을 가리킨다.

  '개구리'에서 목숨을 걸고 저승에 도착한 신부와 동자승은 '그분'에게 이승으로 함께 내려갈 것을 간청한다. 하지만 '그분'은 "모든 게 운명이죠. 난 벌써 이곳 생활 5년째요"라며 거절한다.

 이때 '풍운'이란 남자가 등장해 본인이 속세로 내려가고 싶다고 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말한다. "이것들이 앞에서 쩔쩔매는 척하면서도 뒤돌면 수첩공주니 어쩌니, 제가 아는 통치의 미학을 딸애한테 전수시키고 싶은 심정일 뿐입니다." 영락없는 박정희 대통령이다. 이후는 '그분'과 '풍운'의 논쟁 구도다. 사실상 노무현과 박정희로 대변되는 한국 현대사를 둘러싼 좌우 이념 대결이다. "분열과 원한을 심어 놓고, 이분법으로 재단했다" 등 노무현에 대한 비판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박정희에 대한 공격이다. 공포정치, 세뇌, 특혜와 부의 대물림 등을 꼬집는다.

 눈에 띄는 대목은 친일 행적 부분이다. " 왜놈들의 앞잡이가 되고파 손수 혈서를 쓰던 일을. 만주 벌판에서의 그 치욕적인 활동을."

 노무현을 연기하는 배우는 키가 큰 훈남형이다. 여리고 따뜻하게 묘사된다. 반면 박정희는 콧수염을 기른 배우가 연기한다. 위압적이며 거칠다. 툭하면 욕을 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성을 암시하는 대목도 나온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컨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아주 염병을 떨어요. 그걸 가지고 무슨 시험을 다시 보자, 퇴학시키자. 아유 이 ○○놈들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아주 ○을 짜고 있어요. ○○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연출가 박근형씨는 '청춘 예찬'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을 히트시켜온 대학로의 중견이다. 현실을 꾸미지 않고 가감 없이 그려내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아왔다.

 박씨는 "원작에선 현학적인 문예 비평이 많아 난해하다. 그걸 한국 관객이 익숙한, 정치적 대결로 치환시켰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한쪽을 편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은 별로 안 떠올랐다. 어느 정도 정치적 편향성을 띤 거 맞다"고 했다. "현재 권력을 가진 쪽을 신랄히 풍자하는 게 예술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은유와 풍자보다 지나치게 직설화법이 많은 게 다소 유감이지만, 이런 연극을 현재 상황에서 국립극단이 만들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한국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연극 '개구리' 주요 대사

풍운(박정희 상징)=이것들이 앞에선 쩔쩔매는 척하면서도 뒤돌면 수첩공주니 어쩌니, 오죽하면 최측근 스태프가 외국 나가서 빤스 벗고 설치질 않나.

그분(노무현 상징)=당신은 피로 시작돼서 피로 끝난 인생이야. 그새 잊었는가, 왜놈들의 앞잡이가 되고파 손수 혈서를 쓰던 일을. 만주 벌판에서의 그 치욕적인 활동을.

풍운(박정희 상징)=우리 딸애 작년에 시험 본 거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아니 학교 때 커닝페이퍼 안 만들어 본 사람 어디 있습니까. 그걸 갖고 무슨 시험을 다시 보자, 아님 퇴학시키자. 부모 없이 혼자 산다고… . ○○ 옛날 같으면 그냥 탱크로 확!

최민우 기자 < minwoojoongang.co.kr >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최민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mw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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