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란음모죄 적용.. 법조계 "현실적으로 적용 어려워"

입력 2013. 8. 28. 18:56 수정 2013. 8. 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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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이석기 진보당 의원에 적용… 검찰 "총기준비 녹취? 우리가 확인한 것 아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8일 새벽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통진당 전현직 간부 10여 명을 상대로 갑작스럽게 사무실 및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적용한 '내란음모(죄)'혐의를 두고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법조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란혐의죄는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전두환 노태우를 상대로 내란죄 처벌한 이후 단 한차례도 처벌한 사례도 없으며, 검찰의 기소도 이뤄지지 않았다.

내란죄의 경우, 형법 제87조에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90조 (내란)예비·음모·선동·선전죄는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로 정의돼 있다. 내란예비 또는 내란음모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며, '그 목적한 죄의 실행에 이르기 전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돼 있다.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김홍열 경기도당위원장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현역 의원 및 당직자 등 관련 인사의 자택 또는 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전격 착수한 가운데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에서 집행관들이 박스를 들고 집행에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 혐의는 유신시절 민청학련 사건 때 적용된 적이 있으며, 1980년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내란음모죄가 적용돼 사형이 선고됐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1995년 내란죄 처벌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에게 내란음모죄까지 함께 적용된 것으로, 근래 17~18년 동안 한차례도 적용된 바 없는 혐의이다.

국가보안법 사건 등을 많이 담당했던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대표변호사)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석기 의원이 실제로 '무기를 준비하라'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설령 녹취록에 그런 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실현가능한 얘기가 아니라 그냥 한 말일 수밖에 없다"며 "원천적으로 말이 안되는 얘기를 떠벌리는 것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불능범'으로 치부되는데, 그 사람이 국회의원 되기 전인 2000년대 초중반은 '무기고 탈취'가 가능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현장.ⓒ연합뉴스

김 변호사는 "이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간다해도 해프닝이나 장난, 또는 정신병자 얘기로 받아들여지지 형법으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내란음모 혐의는 그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실제 행위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우리 여건에서 내란을 할 수 있는 분야의 사람은 군인인데 그 마저도 시민사회의 감시장치가 커졌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형을 받은 경우에 대해 "기껏해야 국가보안법 위반 정도로는 엮을 소지가 있다고 할지는 몰라도 내란음모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누군가가 '오바마를 쏴죽이겠다'고 말한다 해도 실현 가능성이 없으며 형벌로서 재량할 수 없는 말이 된다. 오이로 죽인다고 말했다고 살인예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연합뉴스

또한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내란음모죄는 내란을 실행했을 때 함께 처벌하는 것으로, 내란예비음모만으로 혐의를 둔다는 것은 법정으로 가도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순전히 내란 예비음모로만 처벌한 예가 거의 없다. 이는 머릿속에만 있는 구상 단계이므로, 실행 단계를 전제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해석했다. 그는 "그냥 장난스럽게 말한 것이거나 향후 그렇게 하는 꿈을 표현하는 것과 같이 현실성이 없는 구상은 가벌성(可罰性)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이 3년 전부터 내사해왔다고 하는데 이날 압수수색을 한 시점을 봐야 한다"며 "국정조사 종결직후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실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수원지방검찰청의 차경환 2차장검사는 2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란음모 혐의 적용에 대해 "그런 내용으로 해서 국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 것은 맞으며, (우리가) 청구 단계에서 검토할 때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하고, 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해서 발부까지 된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혐의를 적용한 것이 타당하다고 우리도 판단해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경환 2차장검사는 그러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유사시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는 녹취록을 국정원이 확보했으며,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타격도 언급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파악했다는 설명에 대해 "그것은 우리가 확인한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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